
사람들이 선호하는 외모의 기준은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하게 변화되어왔다. 요즘은 작은 머리에 큰 키를 선호하고, 가리마를 하지 않는 헤어스타일이 유행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일단 머리가 크면 장군감, 골반이 크면 일등 신붓감으로서 손색이 없는 외모라고 쳐주었다. '키 큰 놈 치고 싱겁지 않은 놈이 없다'는 말도 있다.
아마 이 말은 한국전쟁 당시 연합군이 물밀 듯 밀려들어온 시기에 생긴 말이 아닐까 싶다. 당시 큰 키와 콧대 덕에 '코쟁이', '양키'등의 별칭으로 불리던 그들이 우리 눈에는 싱겁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이전까지는 키가 크면 '키다리', 키가 작으면 '땅딸보'라고 불리었지만, 적어도 땅딸보는 외롭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부분 땅딸보였기 때문이다.
키가 큰 편이었던 나도 동무들과 어울려 놀기 위해서 작은 '척'을 해야만 했다. 큰 키를 어정쩡하게 숙인 채 어깨동무를 했고, 그렇게 골목길을 누비고 다녔다. 당시 통치권자의 키도 작은 편인지라, 키 작은 이들이 야무지고 실속 있다는 인식은 더욱 설득력을 가졌다.
그뿐인가.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이래저래 키 작은 이들이 득세(?)하던 당시에 키다리들은 '키가 작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기도 했던 것이다. 중국 무협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골이 장대하다'는 표현도 '멋지다'는 의미보다는 '희한하다'는 부정적인 의미에 더 가깝게 이해되어도 이상하지 않던 이상한 시절이 있었다.
외모나 직업에 대한 선호도는 엎치락뒤치락 유행에 따라 변화해왔다. 분명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옳고 그름을 바라보는 민중들의 시선이 그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저지른 만용(蠻勇)을 오욕으로 명료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이를 두 번 다시 되풀이 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는 이들도 역시 민중이었다.
과거에는 다재다능한 장인들을 비하하는 것도 예사였고, 그들이 국가에 기여한 공을 당연시하고 이를 거부하면 오히려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이 모든 만행을 저지르고 주도한 세력이 스스로 사과 하나 못 깎아먹던 사대부들이었고, 이를 책임지기는커녕 권력이 바뀔 때마다 시류에 편승하며 살아남았던 이들이었다.
사필귀정은 불변의 진리다. 그 누구도 다른 이를 불편하게 만들 권리는 없다. 결국 폭력이나 이기(利己)는 본인에게 관대한 기준 탓이다. 직장 내에서 단합을 빙자한 술자리가 오히려 곤혹스럽거나 공포일 때가 더 많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사건은 정황상으로 보면 우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가 한 정당에서 제명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 검찰은 일벌백계의 차원에서 엄중하게 수사하여 공직자의 기강을 세워야 할 것이고, 법원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 판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당의 일원이었다고 해서 유야무야 지나가선 곤란하다. 키가 큰 사람이건 작은 사람이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력은 '꿈'을 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분노로 잠들지 못하면 꿈꿀 수조차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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