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가 27일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 저신다 아던 총리는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했다"면서 이동 제한을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2월 18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70일 만에 직장과 학교 문이 다시 열렸다. 누적 확진자 1천474명, 사망자 19명의 뉴질랜드가 이처럼 빨리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39세 여성 총리의 부드럽고 합리적인 리더십이 그 배경이라는 평가다.
'코로나의 활화산'으로 통하는 유럽에서는 독일이 돋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제 점진적인 봉쇄 해제 방침을 재확인하고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메르켈 총리의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대국민 소통 방식이다. 물리학 박사인 메르켈은 직접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를 언급하며 지금 독일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R0는 감염자 1명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환자의 수다. 이 수치가 1 이하일 경우 감염 건수는 줄어들고 1이면 현상 유지를 의미한다. 메르켈은 "현재 독일의 R0는 1이지만 이것이 1.1만 되어도 독일 의료시설은 10월 중 포화 상태에 이르고 1.2가 되면 7월에, 1.3이 되면 6월에 한계 상황에 이른다"며 국민에게 선택지를 던졌다. 섣부른 봉쇄 해제의 위험성을 환기시킨 것이다. 확진자 약 16만 명, 사망자 6천314명인 독일이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사정이 나은 까닭은 메르켈 총리의 빈틈 없고 남다른 리더십의 결과다.
반면 트럼프나 아베 등 소위 '마초' 지도자들은 거의 사면초가다. 트럼프는 '소독제 처방' 발언 등 비과학적이고 감정적 대응으로 행정부와 미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3개월의 시간을 허비한 아베의 리더십은 완전히 파탄났다. 최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 유권자 66%가 아베의 네 번째 총리 연임을 반대할 정도다.
요즘 일본 정가에서는 '군자표변'(君子豹變)이라는 말이 화제다. 풀이하면 '군자는 표범처럼 변한다'는 말인데 가을에 털갈이하는 표범처럼 군자(아베)가 허물을 벗고 곧 바른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성어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사람의 진면목은 위기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평소 파악하기 힘든 각국 지도자의 능력과 철학을 코로나19가 입증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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