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람석] 핸드볼·컬링 수장들 '새드엔딩'

대구 핸드볼 구진모, 경북 컬링 김경두 회장의 박살난 열정
비인기종목 발전, 육성에 가족 동원해 매진
성공은 선수 몫, 기울인 공은 없고 비난만 남아

지난해 열린 2019전국체육대회 핸드볼 여자일반부 결승전에 승리해 우승을 차지한 대구시청 여자핸드볼 선수들. 연합뉴스
지난해 열린 2019전국체육대회 핸드볼 여자일반부 결승전에 승리해 우승을 차지한 대구시청 여자핸드볼 선수들. 연합뉴스

'미투' 사태와 더불어 폭발한 스포츠계 지도자·임원 성폭력 등 '갑질' 파문을 지켜보면서 운동선수들이 우리 사회와 많이 단절돼 있고, 사고의 폭이 넓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 때론 지나친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은사를 일순간 부도덕하고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는 태도에는 잔인함마저 느껴진다.

대구경북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여자 실업팀 대구시청 핸드볼과 경북체육회 컬링(팀킴)을 이끌었던 대구시핸드볼협회 구진모 회장과 경상북도컬링협회 김경두 전 회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열정'이란 말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나라 핸드볼과 컬링 발전을 위해 온 몸을 불살랐던 두 사람은 거침없는 노력과 투자, 그리고 영광에 이어 비참한 현실에 눈물 흘리고 있다.

이들은 온갖 정성을 쏟은 선수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환호 받았으나, 한 순간 그들에게 버림받은 '비운의 회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구 회장은 최근 일부 대구시청 선수들의 지도자·임원 성희롱 폭로로, 김 전 회장은 2년 전 팀킴의 호소문 사태 이후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구 회장은 대구를 '핸드볼의 메카'로 만들어보고자 했다. 그에겐 핸드볼이 비인기종목임에도 올림픽, 아시안게임의 효자종목으로 야구나 축구처럼 인기종목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

지난 2016년 취임한 구 회장은 여자 실업팀인 대구시청을 앞세워 대구를 핸드볼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핸드볼 저변 확대를 위한 초·중학교 팀 창단과 대회 창설 등으로 차곡차곡 이를 위한 기반을 닦았다.

대구시청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안정적인 협회 살림살이를 위해 경제계 인사를 부회장으로 영입해 차기 회장으로 삼을 작정이었다. 핸드볼 코리아리그가 대구에서 열릴 때는 가족을 동원해 음식을 장만하고 대구의 각계 인사들을 경기장으로 초청해 응원 대열에 동참시켰다.

하지만 구 회장은 여성단체 회원 등을 통한 대구시 조사에서 회식 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지난해 전국체전 우승 후 회식이 가장 최근 일인데,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구시핸드볼협회 다른 임원도 회식자리에 초청받아 수백만원의 비용을 냈으나 무심코 던진 한마디 때문에 조사 받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팀킴의 호소문과 탄원서, 기자회견 사태 등에 몰려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전 회장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외면한 컬링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가족을 동원해야만 했던 김 전 회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조성된 컬림 붐 이후 거꾸로 컬링을 독식한 죄(?)로 비난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돈이 없어 이사회 등 절차를 거쳐 훈련비를 운영비로 사용했는데 횡령죄로 수사 받고 재판 중이다"며 "검찰 수사관이 '돈 없는데 왜 선수들을 뒷바라지 했느냐. 그 게 죄다'고 한 말이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자신이 맡은 종목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던 두 회장이 수사와 재판을 통해 오명을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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