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침수·정전·도로 파손…태풍 '하이선' 경북 강타

교량과 도로 곳곳 침수…울진에선 실종자 발생

경북 청송군 부남면 하속1리 삼치교. 독자 제공
경북 청송군 부남면 하속1리 삼치교. 독자 제공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남긴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7일 강타하면서 경북 곳곳이 큰 피해를 입었다.

◆포항에 순간 최대풍속 42.3m/s 강풍

포항시에선 이날 평균 127.7mm의 폭우와 순간 최대풍속 42.3m/s(구룡포읍)을 기록했다. 구룡포읍 등 10개 지역 598가구가 정전되고 침수 22건, 도로 파손 3건이 발생했다.

266㎜의 강우량을 보인 기북면은 불어난 강물로 인해 제방이 유실됐다. 흥해읍 7번 국도의 전신주들이 쓰러지면서 일대가 정전됐다. 강풍으로 주택 4채가 지붕이 파손됐고, 1곳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포항시에 따르면 벼 401ha, 과수 낙과 108ha, 비닐하우스 403ha가 피해를 입었다. 양식장 2곳에선 물고기 6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포항 843명, 영덕 280명의 주민은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등 지정 대피소에서 태풍이 잔잔해질 때까지 피신했다.

울진군에선 오후 12시 18분쯤 매화면 하천이 범람하면서 트랙터로 다리를 건너던 60대 마을 주민 A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또 울진읍 대흥리 벼락바위 앞 불영계곡이 폭우로 순식간에 불어나면서 옛 36번 국도 계곡천이 범람해 일대 교통이 통제됐다. 울진은 평균 83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경주시는 오전 7시를 기해 해안가 저지대, 하천변 주택가, 산사태 위험지역 등 피해 우려지역 주민 긴급대피 명령을 내렸다. 경주소방서는 현곡면 나원리 주택 침수지역 노인 11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오전 10시를 기해 강동대교(형산강) 일원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오후 12시10분쯤에는 서면 사라리 제방 붕괴 위험이 커지자 주민대피령을 내렸다.

월성원전 터빈발전기도 태풍 영향으로 정지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8분 월성원전 2호기(가압중수로형 70만㎾급)에 이어 오전 9시 18분 3호기(가압중수로형 70만㎾급) 터빈발전기가 멈춰섰다. 두 원전의 원자로는 각각 출력 60%로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터빈 정지에 따른 외부 방사선 누출은 없다.

영천 과수농가들은 추석명절 출하를 앞두고 강풍과 집중호우에 직격탄을 맞았다. 영천은 이날 초속 25.2m에 달하는 강풍과 80mm 안팎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해 사과·배·포도 등 과수농가들이 많은 금호읍과 북안·고경·화북면 일대가 큰 낙과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천시 금노동과 야사동, 고경·임고면 일원 일부 상가와 주택은 간판이 떨어지거나 지붕이 날아가는 등 9건의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태풍 하이선으로 피해를 입은 영주시 단산면의 한 과수원. 사과나무들이 통째로 쓰러져 있다. 영주시 제공
태풍 하이선으로 피해를 입은 영주시 단산면의 한 과수원. 사과나무들이 통째로 쓰러져 있다. 영주시 제공

◆청송·영양 등 북부권도 큰 피해

7일 오전 11시까지 자동기상관측장비 측정 결과 청송군 주왕산에는 누적강수량 211㎜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비가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청송읍 송생리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겼다. 시외버스 운행이 한때 중단됐으며, 청송군은 송생리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주왕산과 맞닿아 있는 달기약수터 역시 계곡 물이 범람하면서 대부분 인근 주민들이 대피소로 피했다.

또 청송군 부남면 하속1리 삼치교에 물이 차올라 전면 통제되는 등 이날 오후까지 청송지역 도로와 교량 등 14곳에서 교통이 통제됐고, 하천 16곳이 범람했다. 농작물 101.6ha가 폭우에 침수됐고, 거센 바람에 185.1ha의 농작물이 쓰러졌다. 511.3ha의 낙과 피해도 발생했다. 이 밖에 꿀벌 150통이 유실됐고 주택 침수 3곳, 건축물 지붕 파손 등이 10곳에서 발생했다.

평균 62mm의 집중호우가 내린 봉화군에선 석포면과 강원도 삼척시를 잇는 지방도 910호선 등 도로 8곳이 통제됐다가 이날 오후 5곳이 개통됐다. 평균 58mm의 비가 쏟아진 영주시에선 수목 전도 3그루, 경로당 지붕 붕괴 1곳, 사과 낙과 6ha, 벼 쓰러짐 3ha 등 피해가 발생했다.

영양군에서도 비가 그치면서 속속 피해가 접수되고 있다. 낮 12시 기준 수비면 수하계곡에는 최고 강우량 210㎜의 많은 비기 내렸다. 강한 바람에 영양읍과 청기·석보·수비·입암면 등에서 가로수 16그루가 쓰러지기도 했다. 국도 31호선과 지방도 917~920호선 등 곳곳의 도로가 침수돼 주민 발이 묶이기도 했다. 영양읍과 석보·입암·수비·청기면에선 69가구 118명이 대피하기도 했으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양군 관계자는 "침수위험지역 4곳(흥구·방전·원리지구, 수비별빛캠핑장)와 산사태 위험지역에 대한 특별관리에 들어갔다"며 "중장비와 공무원 등이 현장에서 도로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안동지역은 큰 피해가 없었다. 일직면에서 가로수 1그루가 쓰러졌고, 길안면 국도 35호선이 잠깐 침수됐다가 금방 물이 빠졌다.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북상한 7일 경북 청도에서 소방대원들이 호우로 인해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북상한 7일 경북 청도에서 소방대원들이 호우로 인해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대구 인근 지역도 산사태 등 생채기

칠곡군에선 가산산성 야영장 인근 옛 국지도(79호선) 사면이 유실됐고, 군도(6호선) 지천면 청구공원 도로가 파손됐다. 동명면 기성리 일원에선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가산면 응추리 일대에선 세천 제방이 유실됐다.

군위군에선 팔공산터널 출구(칠곡군에서 군위 부계면 방향, 지방도 79호선)의 산쪽 배수로에서 토사 유출 및 낙석이 발생해 도로가 통제됐다.

경산시에선 시내를 흐르는 남천 수위 상승으로 오전 7시부터 서옥교, 영대교 등 남천변 5곳의 지하도로가 통제됐다. 하양 대부잠수교도 금호강 수위 상승으로 오후 12시 25분부터 교통을 통제하고 차량을 우회시켰다.

청도군에는 오전 11시 40분 기준으로 운문면 일대 누적 강수량 244㎜를 기록하는 등 평균 149㎜의 호우가 내렸다. 운문면 국지도 69호선과 각북면 지방도 902호선이 한때 통제됐다가 정오쯤 모두 해제됐다. 소방당국은 매전면 한 사찰에서 고립된 2명을 구조하는 등 5건의 인명구조 작업을 벌였다.

성주군에선 초전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지붕 샌드위치 패널 23장이 날아가는 피해를 입었다. 이 건물은 앞선 태풍 때도 지붕 패널 2장이 날아갔다. 태풍 마이삭 때 둥치가 부러지는 피해가 났던 성밖숲 천연기념물 왕버들은 보강지주 추가 설치 등으로 이번에는 다행히 피해가 없었다.

김천시에선 구성면사무소 앞 안내표지판이 쓰러지는 등 농작물 피해가 잇따랐다. 증산면에는 6~7일 이틀간 150mm의 비가 내렸다. 구미시와 고령군도 태풍 영향으로 나무가 쓰러지고 크고 작은 농업 피해가 줄을 이었지만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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