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기세가 무섭다. 정권의 윤 총장 찍어내기(검찰총장 정직 2개월)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지난 24일 이후 더욱 그렇다.
윤 총장은 '편파적이고 무리하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대대적으로 감행한 조국‧정경심 가족 수사에서 일단 완승을 거뒀다. 1심은 2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기소 내용을 거의 인정하며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켰다. 조국·정겸심 지지자들은 허파가 뒤집히겠지만 윤 총장 지지자들은 한껏 고무된 상태다.
일련의 일들이 벌어지면서 진보 성향 매체인 오마이뉴스가 며칠 전 의뢰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도 윤 총장은 오차범위를 넘어선 1위에 올랐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윤 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검찰이 정권의 가장 아픈 부분인 원전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권의 거친 대응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일 터. 이 때문에 윤 총장과 검찰은 대통령과 거대 정권에 맞서는 투사로, 더욱더 이슈의 중심에 설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서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윤 총장이 정치에 관한 한 거의 블랙홀이 돼 있는 이 모습을.
현재 보수의 눈길은 윤 총장에게 집중돼 있다. 보수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윤 총장에게서 희망을 본다. 현 정권에 실망한 사람들은 살아 있는 권력과 거침없이 맞짱 뜨는 그의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런데 작금의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을 제외한 보수 후보는 거의 지리멸렬 수준이다. 보수 진영에서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은 윤 총장으로 인해 지지율이 올라갈 기회를 상실해 버렸다. 윤 총장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현 정권 외에 보수에도 있는 셈이다. 이들은 윤 총장을 공개적으로는 지지하지만 내심 상당한 불만을 토로한다.
윤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명예 회복을 한 윤 총장에게 이쯤에서 제안하고 싶다. 정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정치를 하지 않을 윤 총장이 지금처럼 보수의 중심에 버티고 선 건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이들에게 희망 고문이다. 당장은 열화 같은 성원을 받고 있지만 그가 퇴장한 뒤의 보수는 대오를 정비할 여유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 진영은 두세 명의 후보가 견고한 지지율을 갖고 국민들 속으로 파고드는데 보수는 싹도 틔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만약 그가 임기를 끝낸 후에 지금의 지지율을 믿고 대권 경쟁에 뛰어들 생각을 한다면 오산이다. 그때는 국정 운영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을 할 시간이 엄청나게 부족하다. 그러니 대권 도전에 나서려면 자신을 위해서나, 보수를 위해서나 임기를 마친 이후가 아닌 그 전에 하는 것이 맞다.
사족 하나 더. 윤 총장의 조직에 대한 충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검찰은 지금 최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 정권은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을 반쪽짜리로 만들어 버리려 한다. 공수처 출범과는 별개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을 집중 지원하고, 그것도 모자라 검찰 내부도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려 한다. 검찰을 약화시킬 수만 있다면 뭐든 하려고 한다. 윤 총장과 정권의 대립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윤 총장이 그토록 아끼는 검찰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검찰 구성원도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권력 비리를 끝까지 파헤치는 검찰의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윤 총장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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