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군산시장까지 걸렸다…감사원, 文 정부 태양광 비리 무더기 적발

감사원 "대규모 사업 4건만 선별해 감사한 결과…빙산의 일각일 수도"

태안 안면도 태양광 개발사업 부지. 감사원 제공
태안 안면도 태양광 개발사업 부지. 감사원 제공

감사원은 전임 문재인 정부 시기에 진행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서 수백건의 비리 혐의를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이 적발한 부당 이득 취득 사례에는 전북의 한 기초자치단체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과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올해 2월 4개월에 걸쳐 특혜·비리 의혹이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점검한 결과 공직자들이 민간업체와 공모해 인·허가나 계약에서 특혜를 제공한 사례를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에 감사원이 수사를 요청한 대상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 중 비위 혐의가 드러난 38명이다.

이 가운데는 강임준 군산시장,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과장 2명 등도 포함됐다. 감사원은 이들을 포함해 총 13명을 직권 남용,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비리 행위에 동참한 민간업체 대표와 직원 등 25명도 수사 참고 사항으로 첨부해 보냈다.

감사원은 우선 300㎿ 규모의 민간 주도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로 추진된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허가 과정에서 민간 업체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간의 유착 비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모 태양광 개발 기업이 2018∼2019년 안면도 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했으나 개발하려는 부지의 3분의 1가량이 '목장용지'로 돼 있어 토지 용도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기업측은 주민 등 반대로 충남 태안군으로부터 사업부지 전용(목장용지→개발용지) 허가를 받기가 어려워지자 중앙부처인 산자부 유권해석을 받아 해결 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 관계자 지인인 산자부 A과장으로부터 소개 받은 B과장을 통해 '중앙부처가 용지 전용이 가능한 시설인 것으로 판단해 달라'고 청탁했다.

이에 B과장은 부하 직원을 시켜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이 태양광발전 시설이 용지 전용이 가능한 중요 산업시설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만들어 태안군에 보낸 것으로 감사원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는 개정되기 전 법률을 적용해 기업 측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 잘못된 유권해석이었다.

감사원은 또 전북 군산시가 2020년 10월 99㎿ 규모 태양광 사업의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강임준 군산시장의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있는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줬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강 시장은 해당 기업이 연대보증 조건을 갖추려는 의지가 없는데도, 이 문제를 해결해주라며 직원에게 지시하는 등 계약을 강행했다.

연대보증은 이 사업의 자금조달을 담당한 금융사가 내건 조건이었는데, 금융사가 연대보증 없이 계약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하자, 군산시는 연 1.8%포인트(p)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한 다른 금융사와 다시 자금 약정을 체결했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향후 15년 간 군산시에 약 110억원의 이자 손해가 예상된다고 봤다.

감사원은 이외에도 허위 기술평가서를 제출해 대규모 국고보조금을 받은 업체도 적발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것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고조되고 있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건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감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 수사 요청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감사원은 태양광 사업에 관여한 8개 공공기관 소속 직원 250여 명을 비위 추정 사례자로 확인, 추가로 조사 중이다.

내부 정보를 활용해 가족 명의로 태양광 사업에 참여하고 사적 이득을 취한 혐의다.

산자부와 산하의 신재생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들은 임직원이 태양광 사업에 참여해서는 안 되거나, 외부 사업을 겸직 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갖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 관련 직무와의 이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감사원 관계자는 "향후 추가 조사를 통해 수사 의뢰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라며 "이번 감사는 특혜 비리 의혹이 있는 일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 4건만 선별해 감사한 결과이고, 조사 결과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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