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을 이 곳에서 살았지만, 이런 피해는 처음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태풍 '카눈'이 할퀴고 지나간 대구시 군위군에는 적잖은 생채기가 남았다. 11일 오후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 전날 밤까지 들녘을 가득 채웠던 물은 모두 빠졌지만 침수된 주택과 축사, 하우스 안은 진흙밭으로 변해 있었다.
논 옆 수로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흙탕물로 범벅이 된 그릇 등 가재도구을 씻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무릎까지 진흙에 빠진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때마침 집주인 김문중(63) 씨도 집 앞에 세워둔 농기계를 챙기러 다가오다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집은 말할 것도 없고 오이를 재배하고 있는 4천620㎡ 크기의 비닐하우스가 모두 물에 잠겼어요. 오이 모종까지 모두 침수돼서 올해 농사는 모두 망쳤습니다. 트랙터와 이양기에 온풍기, 난방용 기름탱크까지 모두 물에 잠겼으니 피해가 엄청나요."
김 씨와 이웃에 살고 있는 은두기(70) 씨 역시 주택과 축사, 시설하우스가 모두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은 씨는 "평생 처음 입은 수해라 참 허망한 마음이 든다"면서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11일 군위군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주택 30가구가 침수돼 이재민 44명이 발생했고, 농경지 187ha, 축사 5곳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지방도 6곳과 저수지 1곳, 하천 5곳, 소하천 13곳과 소규모 시설 76곳, 상수도 송배수관로 220m가 유실되거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축산농가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군위축협도 농가 피해 지원에 나섰다. 박배은 군위축협 조합장은 "특히 효령면 병수리에는 젖소 농가가 있는데 젖을 짜는 유축기가 모두 침수돼 걱정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잇따라 제방 유실로 수해를 입은 군위군 효령면 현장을 방문해 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대구시는 이재민에게 긴급 구호물품과 식품, 물 등과 함께 긴급 피해 복구에 필요한 예비비 3억원을 긴급 지원할 계획이다. 홍준표 시장은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해 군위군의 수해복구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이재민과 만난 자리에서 "대구시 예산만으론 피해 복구에 부족할 수 있는만큼 국비를 지원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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