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초가을, 때 아닌 공포영화 바람이 불고 있다.
공포영화 '치악산'이 개봉을 앞두고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원주시의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에는 이선균 주연의 '잠'(감독 유재선)과 노르웨이 영화 '이노센트'(감독 에실 보그트) 등 두 편의 공포영화가 관객을 찾았다.
미국의 공포영화 '노크: 더 하우스'(감독 사무엘 보딘), '더 넌2'(감독 마이클 차베스)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치악산' 또한 이달 중 개봉할 수도 있어 추석 연휴를 앞둔 극장가가 공포영화로 라인업이 채워지는 이색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이 '잠'이다. 남편에게 찾아온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고통 받는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느 날 옆에 잠든 남편 현수(이선균)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다. "누가 들어왔어." 잠이 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남편. 그리고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내 수진(정유미)은 끔찍한 공포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 치료도 받아보지만, 현수의 이상 행동을 점점 더 심해진다. 만삭의 몸으로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수진은 잠을 청할 수가 없다.
'잠'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로 예측을 불허하는 전개와 긴장감으로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색다른 공포영화다. 잠이 공포감의 시작이지만, 더 깊은 해석의 여지도 깔아놓았다. 공포의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필사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것 또한 부부의 위태로운 심리를 잘 끌어내고 있다.
영화는 모두 3장에 나뉘어 전개된다. 몽유병으로 인해 균열되어가는 일상, 아이의 출생으로 극한으로 치닫는 가족, 걷잡을 수 없는 광기로 나눠 서서히 쪼여오는 스릴과 공포감을 맛볼 수 있다.
'봉준호 키드'로 알려진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이다. 올해 5월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94분. 15세 이상 관람가.


'이노센트'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각본을 쓴 에실 보그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다. 네 명의 아이들이 주인공인데, 악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내면에 있는 악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노르웨이 변두리의 주택 단지에 이사 온 소녀 이다는 자폐증인 언니 안나, 따돌림 당하는 소년 벤, 피부병을 가진 여자아이 아이샤 등이 모두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을 알게 된다.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의 슈퍼 파워. 그 힘은 아이들끼리 있는 때 더욱 증폭되고, 곧이어 통제할 수 없는 정도로 강력해진다.
개미집을 부수거나, 길고양이를 괴롭히는 정도였던 것이 어느 순간 주변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가장 순수한 동심의 세계였기에 더욱 파괴적이고 잔인할 수 있는 것이다.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며 불안함 음향과 흐린 날씨 등으로 북유럽의 음산한 분위기를 잘 느끼게 하는 이색 공포영화이다.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일 개봉하는 '노크 더 하우스'는 소년 피터가 벽 너머 의문의 존재와 점점 가까워지면서 잔혹한 가족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공포영화다. 이제 막 여덟 살이 된 소년 피터(우디 노먼)는 밤마다 알 수 없는 노크소리를 듣는다. 부모인 마크(안토니 스타)와 캐롤(리지 캐플란)에게 알리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다음 날 저녁, 피터는 또다시 방에서 의문의 노크 소리를 듣게 되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한 발자국 씩 다가간다. 그리고 방 벽지를 뜯어보니 자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었고, 벽 너머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88분. 15세 이상 관람가.
9월 중 개봉되는 '더 넌2'는 2018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더 넌'의 4년 후 이야기를 그린 속편이다. '더 넌'은 1952년 수녀원을 조사하던 신부와 수녀가 충격적인 악령의 실체와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 전 세계적으로 3억 6천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더 넌2'는 루마니아 수녀원 사건 이후 1956년 프랑스의 한 성당에서 신부가 끔찍하게 살해당하면서 시작된다. 4년 전 사건을 파헤쳤던 아이린(테이사 파미가) 수녀가 파견되고, 자신의 힘을 되찾으려는 악마와의 한판 승부를 벌인다.
'1980년 18토막이 난 시신 10구가 잇따라 발견됐다'는 괴담을 소재로 한 '치악산'은 논란이 가열됨에 따라 예정된 13일 개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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