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리 4,562%에 나체사진 유포까지"…법률구조공단, 반사회적 불법대부업체 상대 무효소송 제기

공단 측 "A사, 20만원 빌려주고 연이율 4,562% 요구"

대한법률구조공단 전경.
대한법률구조공단 전경.

대출자에게 살인적인 고리(高利)를 요구하고 나체사진을 유포하는 등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에 대해 민법상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는 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반사회적·반인륜적 행태를 보인 불법대부업자들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2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불법대부업체 A사의 총책·중간관리자·하부직원 등 4명을 대상으로, 이들로부터 돈을 빌린 B씨를 대리해 계약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B씨가 이들로부터 받은 정신적 피해를 감안해 1천만원의 위자료도 청구했다.

두 자녀를 둔 30대 가장 B씨는 한 건설업체 관리직으로 일하면서 월 4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아왔지만, 건설업황 부진으로 수개월째 급여가 연체되자 지난해 1월 인터넷 대출카페를 통해 A사로부터 급전을 빌렸다.

금액은 20만원으로, 대출기간 8일, 상환금액은 40만원이며 연체 시 하루 이자 2만원 등 고리이자를 부과하는 방식이었다. 대출 이자는 연이율로 따졌을 때 4천562%에 달한다고 공단 측은 설명했다. 법정 최고금리는 20%다.

대출 과정과 조건은 까다로웠다. B씨가 인터넷광고를 보고 카카오톡으로 연락하자 총책은 텔레그램방으로 초대해 갖가지 정보를 요구했다. 급전이 절박했던 B씨는 이들의 요구대로 조부모·부모·직장 지인·친구 등 11명의 연락처와 9명의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건넸다. 이에 더해 자필 차용증을 들고 찍은 셀카 사진까지 전송했다.

그러나 B씨가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자 A사의 총책 등은 B씨의 나체사진을 전송하겠다고 협박했고, 실제로 B씨의 부친과 친구, 지인 등 9명에게 유포했다.

B씨는 A사에 나체사진을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A사는 불법대부업체들이 연합해 개설한 텔레그램방을 통해 B씨가 과거에 다른 대부업체에 제공한 나체사진을 이용했다.

A사를 비롯한 불법대부업체들은 텔레그램 조회방을 통해 채무자들의 연체 이력 등 신용정보를 공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했으며, 나체사진 등 민감 정보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종엽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은 "악질적이고 반사회적인 대부계약을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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