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한 켤레 구두 제작에 50시간, 한 명만을 위한 맞춤 서비스 '벨루티'

12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비스포크 슈메이커 ‘벨루티(Berluti)’
목공예 기술 연마 중 슈메이커 전향…독창적 디자인의 염색 기법 '파티나'
원피에 4시간 가량 염료 칠해 완성…베네치아 가죽 등 최상급 재료 사용

Andy Demesure 가죽 로퍼
Andy Demesure 가죽 로퍼

알레산드로 벨루티
알레산드로 벨루티

◆ 수제 구두의 장인 알레산드로 벨루티

창립자 알레산드로 벨루티(Alessandro Berluti)는 1865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세네갈리아에서 태어났다. 목공예 제작 기술을 연마하며 유년시절을 보내다 프랑스 출신 구두 장인의 제작 솜씨에 매료되어 슈메이커(구두 제조인)로 전향하고 더 넓은 곳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쳐보이고자 19세 나이에 고향을 떠나 파리로 향했다. 10년 동안 오로지 구두 제작에만 전념하였고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참가하여 큰 성과를 거두며 슈메이커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드 라스트 제작
우드 라스트 제작

현대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 엘리자베스 아덴 등 유명 인사를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고객층이 형성되었고 맞춤 슈즈의 기본이 되는 우드 라스트(신발을 만들기 위해 나무로 제작된 발 모형)를 개개인의 발에 맞춰 제작함으로써 장인 정신이 깃든 슈메이커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알레산드로' 레이스업 슈즈
'알레산드로' 레이스업 슈즈

1895년, 알레산드로 벨루티가 선보인 솔기가 없이 단일 가죽 조각으로 제작된 레이스업 슈즈 '알레산드로' 가 탄생되었고 모던한 라인과 완벽하게 디자인된 알레산드로 슈즈는 지금까지 벨루티를 대표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손꼽히고 있다.

◆ 4대째 이어온 가족 경영

알레산드로 벨루티의 아들인 토렐로 벨루티는 가업을 물려받아 완벽하게 제작된 비스포크 슈즈에 예술적 섬세함과 독창적이면서 우아한 구두를 제작하며 고객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벨루티'라는 상호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창립자의 아들인 토렐로 벨루티가 1928년 파리의 몬타보 거리에 '벨루티 명품 수제화'라는 첫 부티크를 오픈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곳은 작업장과 부티크를 함께 사용하였고 이후 입소문으로 주문이 늘어나자 샹제리제 인근 마베프 거리 26번지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며 사업을 확장하였다. 그곳은 지금까지도 벨루티 매장으로 자리하고 있다.토렐로 벨루티의 아들인 탈비니오 벨루티가 14세의 나이에 구두 제작 방법과 건축공부를 병행하면서 가족 경영에 입문하기 시작하였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왼쪽부터 1대 알레산드로 벨루티,2대 토렐로 벨루티,3대 탈비니오 벨루티,4대 올가 벨루티
왼쪽부터 1대 알레산드로 벨루티,2대 토렐로 벨루티,3대 탈비니오 벨루티,4대 올가 벨루티

1959년 젊은 세대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제작 시간을 단축하며 높은 품질의 기성화를 제작으로 고객층을 넓혀갔으며 벨루티가 국제적으로 명성을 드높이기 시작한 것은 올가 벨루티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부터이다. 탈비니오 벨루티의 사촌인 올가 벨루티는 앤디 워홀, 이브 생 로랑, 칼 라거펠트 등 유명한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으며 많은 영감을 받았고 이를 반영한 구두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앤디워홀과 메종 벨루티
앤디워홀과 메종 벨루티

1962년, 앤디 워홀만을 위한 특별한 구두를 한 켤레 제작하였고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다양한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올가 벨루티는 앤디 워홀이 평소 애장하던 날렵한 라인의 '앤디 로퍼'를 한정판으로 제작하여 큰 반응을 모았고 이는 지금까지도 아이코닉한 모델로 선보이고 있다. 대담한 기획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예술적인 영감으로 4대를 이어가는 올가 벨루티는 현재 벨루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까지의 벨루티 로고
2018년까지의 벨루티 로고

2018년 이후 벨루티 뉴 로고
2018년 이후 벨루티 뉴 로고

◆ 벨루티의 CEO

벨루티의 CEO였던 앙투안 아르노가 2023년 11월 사의를 표하고 2024년 1월부터 쇼메의 CEO였던 장-마크 만스벨트가 벨루티의 수장이 된다. 앙투안 아르노가 2011년 벨루티를 처음 이끌면서 매출 수익이 8배(3억 유로(한화4400억)) 이상 증가하였고 2010년 기준 200명의 직원에서 2023년 기준 1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회장의 아들이자 벨루티의 CEO였던 앙투안 아르노는 매출의 80% 이상이 슈즈에서 나오자 2012년 메종 아르니스를 인수하였고 같은 해 아트 디렉터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를 영입하여 첫 기성복 컬렉션을 선보이며 고급 테일러링과 캐쥬얼 융합 로퍼와 스니커즈를 선보이며 브랜드 라인을 확장했다.

파타나 제작과정
파타나 제작과정

◆ '파티나' 염색기법과 베네치아 가죽

벨루티의 가장 큰 매력은 다채로운 컬러감으로 표현되는 '파티나 기법'이다. 다양한 염료와 에센셜 오일, 여러 종류의 브러시와 스폰지, 천 등의 도구를 이용하여 완성된다. 염색하지 않은 원피를 사용하여 구두를 포함한 가죽제품에 마스터 컬러리스트가 4시간가량에 걸쳐 가죽을 문지르는 기법으로, 색을 입히는 힘과 속도, 덧칠하는 염료의 농도와 횟수에 따라 다양한 컬러 스펙트럼과 깊이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벨루티 제품들은 같은 색상의 디자인이라 해도 묘한 색상의 차이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벨루티 파티나 염색과정
벨루티 파티나 염색과정

1980년대 올가 벨루티에 의해 완성된 파티나 기법은 당시에는 블랙과 브라운에 한정된 남성 구두에 큰 혁명을 가져왔다. 고객이 원하는 컬러 음영을 선택할 수 있으며 창립자 알레산드로 벨루티의 첫 번째 슈즈에 사용되었던 브라운 계열의 토바코 컬러까지 전통에서부터 독창성을 담은 다양한 디자인 전개가 가능하다.

벨루티 제품에 사용되는 베네치아 가죽은 갯벌에서 숙성시켜 뛰어난 유연성과 탄력성으로 섬세한 태닝 과정을 거쳐 풀 그레인 코팅을 하지 않은 최상의 가죽만을 선별하고 가장 완벽한 부분만 커팅하여 제품에 사용한다. 벨루티는 베네치아 가죽 이외에도 타조 가죽, 도마뱀 가죽, 악어 가죽 등 상위 10%의 고급가죽만 사용하고 있다.

Andy Demesure 플렉스 가죽 로퍼
Andy Demesure 플렉스 가죽 로퍼

Andy Demesure 플렉스 가죽 로퍼
Andy Demesure 플렉스 가죽 로퍼

◆ 오더 메이드로 제작되는 특별한 '비스포크 슈 메이킹'

벨루티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른 단 한사람을 위한 '비스포크' 맞춤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창립자인 알렉산드로 벨루티가 처음으로 시작하였고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비스포크 주문 시스템은 수석 장인이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발사이즈, 발등 높이, 발의 모양과 개개인의 특이성 등을 섬세하게 기록하고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분석하여 구두제작에 반영한다.

이후 라스트 메이커, 패턴메이커, 커터, 스티처 등 각 분야 장인들의 손을 거쳐 완벽한 구두를 제공하기 위해 250가지 이상의 작업 공정을 수행하고 디자인 뿐만 아니라 구두를 착용했을 때의 발 건강까지 고려한 맞춤 제작을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한 켤레의 비스포크 구두를 제작하기 위해 50여 시간이 소요되며 발만 연구하는 개별 팀도 구성되어 있다.

129년의 역사 속에서 제작되어온 수많은 고객들의 족적을 연구 분석하여 각기 다른 발의 형태와 구조에 적합한 구두를 제작하였고 그 결과 고객에게 가장 편안한 구두를 추천할 수 있는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벨루티 타투
벨루티 타투

◆ 벨루티의 시그니처를 표현하는 '타투'

올가 벨루티에 의해 시작된 타투 디자인은 2016년 스콧 캠벨과의 협업을 진행하였다. 우화집을 재해석한 디자인들은 슈즈, 가방, 벨트 등을 과감하고 모던한 타투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벨루티 스니키즈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벨루티 스니키즈

◆ 세상에 하나뿐인 '비스포크 테일러링'

벨루티는 비스포크 테일러링에서도 최상급 퀄리티와 기술력을 선보였다. 1933년에 오픈한 프랑스의 5대 패션 메종 중 하나인 아르니스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편입시킨 후 벨루티의 레이블을 붙여 고급 맞춤정장을 제작하고 있다.

메종 아르니스는 3대에 걸쳐 이어져온 유서 깊은 프랑스 브랜드로 고급 소재를 사용하여 남성 맞춤 정장만을 제작하는 브랜드로 부유층에서는 이미 최고급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벨루티의 모든 슈트는 전문 마스터 테일러가 제작하고 있으며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비스포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초의 브랜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의류와 신발, 신세계 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의 벨루티 제품의 백팩과 여행용 가방 등을 착용해 화재를 모았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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