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시 이쿠노구의 쓰루하시역을 나서면 낯설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한국의 시장과 닮은 골목, 고기 굽는 냄새, 정겨운 억양이 뒤섞인 이곳은 조선인 이주지였다. 지금은 생동감 넘치는 코리아타운도 자리 잡은 거리지만, 과거 이 일대는 돼지를 치는 들판이라는 뜻의 '이카이노'라 불렸다.
일제 강점기, 나라를 잃고 생존을 위해 낯선 땅으로 건너온 조선인들. 특히 토지조사로 땅을 빼앗기고 생계조차 막막했던 제주인들은 당시 제주-오사카 연락선인 군대환을 타고 '이카이노'로 향했다. 800년대 돼지를 기르던 천민의 땅이자, 목재를 나르기 위해 만든 운하가 자주 범람해 악취 나는 곳이다. 제주인들은 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며 고향에서 하던 방식으로 돼지를 키웠다. 시장을 만들며 차별받고 멸시당하는 비참한 생활을 묵묵히 견뎌내며 삶을 이어갔다.
일본인들은 먹지 않던 가축의 내장으로 만들었던 음식 '호루몬야키'는 이제 일본의 대중 음식이 되었고, 한때 냄새난다고 치부되던 생존의 방식은 세월을 지나 자부심이 되었다. '버려진 땅'이라 불리던 이카이노는 지금, 끝까지 살아남은 이들의 생존의 풍경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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