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6·3 대선 패배로 수렁에 빠진 국민의힘이 새로운 당 대표 선출을 마치고 보수 재도약의 여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보수 정치권에서는 신임 장동혁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기본으로 돌아가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는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탄핵 찬반·윤어게인 논란 등 '과거' 넘어 '미래'로
26일 보수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되는 등 국민의힘 당 리더십 재건이 마무리 국면인 만큼 그간의 일들은 역사 속으로 떠나보내고 미래를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칫 장 대표가 찬탄파를 겨냥한 인적 청산 등에 골몰할 경우 당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에 매몰된 채 극심한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미 강성 반탄파(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인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자 당이 내홍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장 대표는 선거 운동 기간 '내부 총질' 세력과 함께 갈 수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밖에 있는 50명보다 안에 있는 1명의 적이 훨씬 더 위험하다"며 "그런 분들에 대해선 결단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에 당내 찬탄파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물론 장 대표와의 내부 갈등으로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자연히 보수 정치권의 관심은 장 대표가 어떻게 당내 단일대오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는 것.
당내 한 의원은 "우리 당과 새로운 지도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나간 과거에 얽매여 내부 인적 청산에 나서는 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당 정체성에 비춰 이재명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하고 있는 잘못된 정치를 비판하고, 이에 공감하는 국민들의 여론을 얻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성 당심 기초, 다양한 목소리 담는 '용광로' 거듭나야
장동혁 대표 등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다양한 보수 정치권의 요구도 담는 '용광로'가 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그간 전당대회에선 당 대표를 필두로 그와 코드를 같이하는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선출되는 등 지도부 구성의 다양성은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의외로(?) 여러 정치적 배경을 가진 최고위원들이 선출됐는데, 이들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전한길 씨 등 강성 당원, 반탄파의 지지를 받은 장동혁 대표를 비롯해 주류 의원들과 코드를 같이해온 신동욱 최고위원, 나경원 의원과 보조를 맞춰왔던 김민수 최고위원, 찬탄파 주자인 양향자 최고위원, 낙선한 김문수 후보와 결을 같이해온 김재원 최고위원, 친한(한동훈)계 대표 주자인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등 지도부 구성의 면면은 이례적일 만큼 개성이 뚜렷한 여건이다.
각종 회의 등에서 이들이 쏟아낼 메시지와 정치적 의견을 경청하고 원만히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새 지도부가 역동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자아내는 배경이다. 반면 장 대표가 이를 무시하고 강성 당심에만 기댄 당 운영에 나선다면 보수 재건은커녕 '국민의힘이 극우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살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강한 야당' 구축해야 대한민국 살린다
보수 정치권은 국민의힘이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줄여 나가면서 외연을 확장해 나갈 때 '강한 야당'이 될 수 있다는 제언도 내놓고 있다. 여권이 민심보다 당심에 구애하는 정책, 법안 처리 등을 이어가는 지금이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권의 잘못은 선명히 지적하고 때로는 광장에도 나서 부당함을 끝까지 추궁할 때 이에 공감하는 시민, 단체, 조직 등이 국민의힘과 뜻을 같이하고 연대할 것이란 조언도 더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바로 서는 것은 단지 보수 재건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는 길이라는 데도 보수 정치권의 의견이 일치한다.
거대 양당이 각자 바로 선 채로 상호 견제하며 권력을 얻기 위해 싸워야만 대한민국 정치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각종 현안과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처럼 특정 정당과 정치 세력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고, 보수 진영의 대표 정당인 국민의힘이 쇄락 일로로 향한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건강함도 해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수 정가의 한 관계자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겪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당은 강성 당원의 표심을 얻은 황교안 전 대표 체제가 탄생한 바 있다"면서 "그 당시 제대로 된 보수 재건을 하지 못한 채 당심과 민심이 엇갈렸고 결국 2020년 총선에서 대패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지도부는 당시의 잘못을 반면교사 삼아 '어게인 자유한국당'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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