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두마마을에서 나고 자란 정용화 씨 부부는 54년째 소와 함께 살고 있다. 아이들 교육비가 급할 때도, 살림이 막막할 때도 언제나 소가 부부의 든든한 힘이 됐다.
새벽과 저녁으로 밥을 챙기느라 먼 길 외출도 마다했고, 축사도 늘 깨끗이 손질했다. 소를 잘 돌보려고 굴착기며 농기계까지 직접 배운 용화 씨. 철마다 옥수숫대, 참깻대 등을 구해특식으로 먹인다. 그 사랑 덕분에 70여 마리 소들은 유난히 반질반질 윤기가 흐른다.
부부는 축사에서 모은 거름으로 고추 농사를 짓는다. 워낙 땅심이 좋아 올여름 폭염 속에도 고추는 풍년이다. 수확철을 맞아 아내는 종종걸음으로 밭을 누비는데, 남편은 오후만 되면 놀러 간다고 사라지기 일쑤다. 젊을 땐 화도 내고 다툰 적도 있었지만, 12년 전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아내는 더는 원망할 수 없다.
축사에서 나고 자란 소가 첫 출산을 앞두고 있다. 산통이 4시간째 이어지자 결국 밧줄로 산도에 걸린 송아지를 꺼내지만, 이미 숨은 멎어 있다. 소는 해마다 사고로 잃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쉽지 않다. 이제는 힘에 부쳐 애쓰는 남편의 모습에 아무래도 먹이는 소를 줄여야 할텐데, 남편을 어떻게 설득할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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