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상 사망' 대위, 총기 들고 38km 이동...아무도 몰랐나

육군대위 '총상 사망'
K-2 소총과 유서 함께 발견
군 당국 실탄 관리 부실 지적

2일 대구 수성못 인근에서 현역 육군 대위가 총상을 입고 사망한 채 발견된 가운데 사건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일 대구 수성못 인근에서 현역 육군 대위가 총상을 입고 사망한 채 발견된 가운데 사건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육군 대위가 대구 수성못 인근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대위가 별다른 제지 없이 실탄이 든 총기를 반출해 소속 부대와 수십㎞ 거리를 이동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군 당국의 부실한 총기·실탄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육군과 경찰, 소방당국에 따르면 2일 오전 6시 29분쯤 대구시 수성구 수성못 상화동산 화장실 뒤편에서 한 남성이 숨져 있다는 시민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해당 남성은 경북 영천의 육군 직할부대 소속 A대위로 발견 당시 사복을 착용하고, 머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A대위 곁에는 군용 K-2 소총과 함께 유서가 발견됐다. 군 당국은 현장에서 해당 총기를 수거했다.

이날 발견된 유서 5장에는 신상에 관한 내용과 함께 상사나 동료와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A대위는 앞서 7월 소령 1차 진급에서 비선(대상에 미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진급에 대한 내용 외에도 평소 주변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에 대한 불만 사항도 적혀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군 자체 조사 결과 A대위는 경북 영천 육군3사관학교 소속 훈육 장교로 평소 실탄을 다루는 보직은 아니었다.

사건 현장은 A 대위 소속 부대에서 직선거리로 약 38km 떨어져 있다. A 대위가 총기와 실탄을 소지한 채 수성못으로 이동하는 동안 군이 경찰 측에 검거나 이동 경로 파악 등 협조 요청을 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까닭에 군 당국이 사고 발생 전까지 군에서 총기와 실탄이 무단 반출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A 대위가 발견된 장소가 유동인구가 많은 수성못인 만큼 자칫 대형 사고로 확산될 위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도 총기 사망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방위에서 "교육기관에서 간부들을 양성하는 훈육 장교가 소총과 실탄을 소지한 채 영천에서 대구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이동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육군 부대를 대상으로 총기 관리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실탄의 출처와 유출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군 당국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총기 반출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건 현장은 현장 조사 등을 이유로 약 7시간 동안 통제돼 수성못 이용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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