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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초대석-이정훈] 한국의 핵주권과 '박정희 원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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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이정훈TV 대표

'한국형 원잠(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는 가능할까. 2009년 『한국의 핵주권』(글마당)을 필자로서는 "할 수 있다. 그것도 당장에"라고 대답한다. 한국형 원잠은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P-5)의 원잠과는 다를 것이기에 지금처럼 미국 동의하면 바로 지을 수 있다.

P-5 국가의 원잠은 90%대로 농축한 우라늄을 연료로 쓴다. 그리고 30년 남짓인 원잠 운용기간 동안 연료를 교체하지 않는다. P-5의 원잠용 연료는 원잠과 시종을 같이 하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90%대로 농축한 우라늄이다. 90%대로 농축한 우라늄은 원폭 제조에 쓰일 수 있기에 원잠은 핵 보유를 인정받은 P-5 국가만 갖는다는 인식이 있어 왔다. 이를 깬 것이 브라질과 P-5의 일원인 프랑스였다.

2010년 쯤 브라질은 원잠 보유로 '남미 최대 국가'란 위상을 강화하고자 했는데, 프랑스가 그 비위를 맞췄다. 프랑스는 최근 진수시킨 '장영실함' 정도의 재래식 잠수함도 갖고 있는데 이를 수출하지 못해 안달해 왔다. 프랑스는 원자로를 싣는 쪽으로 이 잠수함을 개조하자는 아이디어로 브라질의 환심을 샀다.

배의 엔진 등에는 '돌아가는 것'이 많다. 베어링은 오래 쓰면 마모되거나 깨져 크고 작은 고장을 일으키기에 모든 배는 적정 기간이 되면 조선소에 들어가 수리·정비를 받는다. 갑판을 뜯어내고 그 밑에 있는 엔진 등에서 부품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잠수함에는 갑판이 없다. 사다리를 타고 사람만 드나드는 해치만 있다.

그래서 절단을 한다. 생선 토막 치듯 모든 조선소는 잠수함을 잘라내 부품을 교체하고 다시 용접하는 식으로 수리·정비한다. 그렇게 절단했을 때 원자로도 열어 연료를 교체하자는 것이 프랑스의 아이디어였다. 5,6년 주기의 수리기간 때 교체하는 연료라면 20% 정도로 농축해도 된다. 연구용원자로는 20~40% 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쓰고 있으니, 20% 농축우라늄 확보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브라질과 프랑스는 조선은 물론 원자로 제작 능력이 달렸다. 원자로 제작을 맡아야 하는 프랑스는 '가성비' 때문에 2009년 UAE 원전 경쟁에서부터 판판이 우리에게 패해 왔다. 프랑스 원전의 가격은 우리의 두 배에 육박하니 세계로 나갈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브라질 원전 사업은 아직도 미완성이다.

우리는 준비를 해놓고도 밀어붙이지 못했다. 가장 큰 준비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미국과 새 원자력협정을 맺은 것이다. 이 협정 8조의 A는 '본 협정에 따라 공급되는 농축우라늄은 동위원소 U-235를 20%까지 함유할 수 있다'로 돼 있는데, 이는 20%까지 농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협정은 '제한된 재처리'도 허용한다.

그런데 '반드시'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집권한 문재인 정권은 원잠 건조 타당성 조사를 하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자 덮어버렸다. 육군 출신이 득세한 윤석열 정부는 이를 부활하지 않았다. 육군 출신들은 '자군 이기주의'를 보인 것인데. 윤 대통령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원잠 건조를 공식화하고 미국 동의를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누가 봐도 무리인 사법부 개혁과 최민희 의원의 수상한 딸 결혼식처럼 숱한 악재가 있음에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건, 주가 상승과 원잠 애국주의가 한몫 한 덕이다.

그러나 갈구하던 남북관계가 열리면 이 대통령도 슬그머니 미룰 수 있다. 지금부터 이 가능성을 막아나가야 한다. 원잠을 할 수 있도록 '한국의 핵주권'을 키워준 지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는 만난을 무릎 쓰고 고리1호기를 준공해 원전 시대를 열었다. 재처리를 통한 핵무장을 위해 월성 1호기를 착공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재처리까진 가지 못했다.

의지를 갖고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이름부터 해야 한다. 이 원잠을 '박정희 함'으로 명명하면 어떨까. 민주당 정권에게도 '음수사원(飮水思源)'과 동서화합의 기회를 줘보기 위해서이다. 야당 시절 후쿠시마 방류수를 핵폐기물이라고 우겼던 이 대통령은 '사실'로 국민통합을 할 의무가 있다. 오는 14일은 박정희 탄신 108주년이라 '공격원잠 박정희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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