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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정성태] 영화가 남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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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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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요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기세가 매섭다. 영월 청령포를 배경으로 단종의 비극적 역사를 다룬 이 작품은 해학적인 연기와 슬픈 서사가 뒤섞인 묘한 페이소스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청령포를 찾는 발걸음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되어 생을 마감한 비운의 장소다. 작은 배를 타고 동강을 건너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물길로 둘러싸인 지형과 숲이 어우러진 풍경은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던 명승지였다. 영화는 그 풍경 위에 역사 이야기를 다시 얹었고, 사람들은 스크린을 통해 그 장소를 새롭게 기억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가 관광 명소가 되는 건 이제 낯설지 않다. 지자체마다 지역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촬영 유치에 공을 들이고, 기획 단계부터 매체 노출을 염두에 둔 테마 관광지를 조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장소가 오래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서사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관심이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는 경우도 있다.

청령포가 특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곳은 단숨에 만들어진 관광지가 아니다. 접근이 쉽지 않음에도 많은 사람이 영월을 찾는 이유는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단종의 이야기가 깊게 스며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 두터운 시간의 층위에 또 하나의 기억을 더했을 뿐이다.

우리 지역에도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어 온 장소들이 적지 않다. 대구를 무대로 한 영화 '검은 사제들'과 '박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 여러 작품 속에서 계산성당과 청라언덕, 근대골목 일대의 풍경은 우리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좋은 영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감독의 통찰, 배우와 스태프의 조화 속에서 명작이 탄생한다. 도시의 문화경관도 다르지 않다. 치밀한 기획과 시간의 축적, 행정가의 책임 있는 추진, 그리고 시민 공동체의 애정 어린 참여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하나의 경관이 완성된다.

영월 청령포가 다시 주목받는 지금,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 도시가 지닌 이야기와 풍경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문화경관으로 남길 것인가.

대구는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의 층위를 지닌 도시다. 그 기억과 장소들이 영화와 이야기 속에서 다시 살아날 때, 언젠가 또 다른 작품이 이 도시의 풍경을 새롭게 세상에 보여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한 편의 영화가 남긴 풍경 속에서 대구라는 도시가 간직한 또 다른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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