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 김태준(38) 씨는 대학 졸업 후 섬유 관련 대기업에서 화공기술자로 일하다 2014년 농부로 전향했다. 현재는 아내(박승희)와 함께 경북 영주시에서 도라지를 재배하고 이를 가공·판매하는 농업회사법인(자연이든)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재배 작목은 3년근 도라지다. 노지 재배를 중심으로 여러 필지에 분산된 9만9천174㎡(3만 평)의 도라지밭을 관리하고 있다.
◆전문직 뒤로 하고 농업에 미래 걸어
농업을 생업으로 삼게 된 것은 즉흥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있어서인지 인생 계획 한 켠에는 늘 농사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렇다고 안정적인 대기업을 뒤로 하고 귀농을 단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폴리머 종합반응 공정'을 취급하는 전문기술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더욱이 귀농을 실행한 2014년은 결혼을 한 해이면서 회사에서도 막 자리를 잡아갈 즈음이라 처가와 친가 부모님의 반대가 클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10년은 직장생활을 하라고 다들 만류했다. 농업의 불안정성과 소득 문제가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그는 향후 10년까지의 계획서를 연 단위로 꼼꼼하게 작성해 양가 부모님을 설득했고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이렇게 그는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지의 응원, 믿음을 바탕으로 귀농길에 들어설 수 있었다.
김태준 씨는 "회사생활은 안정적이긴 해도 미래 비전을 찾기 어렵다고 느꼈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귀농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겠다 싶어 과감히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무작정 농업에 뛰어든 건 아니고 귀농 전 틈틈이 필요한 생활비와 농사 자금, 노동 강도, 실패 가능성까지 모두 고려한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농업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도라지값 폭락에 '가공' 사업도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귀농했지만 귀농 첫해는 그에게 쓰라린 기억을 남겼다. 당시 중국발 미세먼지로 기관지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 도라지를 주작물로 농사를 지었는데 도라지 가격이 4분의 1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특히 소백산 자락에서 30여년 간 도라지 농사를 지은 부모님의 노하우를 물려받았기에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오니 더욱 상심이 컸다.
하지만 실망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도라지 가격 폭락을 겪으며 수익 구조의 한계를 체감하고 나니 도라지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필요했다. 그 답을 가공에서 찾은 그는 이때부터 농업을 '하나의 사업'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도라지 가공품 개발에는 아내가 큰 도움이 됐다. 기관지가 좋지 않았던 아이에게 도라지청, 도라지젤리를 만들어 먹였던 레시피를 바탕으로 가공품을 생산한 것이다. 그렇다고 바로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공정이 안정되지 않아 버려야 했던 물량도 있었고, 맛과 품질이 일정하지 않아 다시 손 봐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실패를 할 때마다 원인을 정리하고 공정을 수정하는 등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 또 반복했다. 그 과정이 쌓이니 농업은 더 이상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일이 됐고, 마음에 드는 완성품도 얻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초기에는 판매 실적이 영 시원치 않았다. 영주지역 특성상 도라지가 흔하고 고령 인구가 많아 도라지 제품을 선뜻 구매하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페 등 SNS를 통해 도라지 재배 모습, 도라지 가공품 만드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홍보를 해나갔다. 이에 앞서 주안점을 둔 것은 품질 관리였다.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품질의 가공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홍도라지' 제조기술이 완성됐다. 이는 도라지의 쓰고 아린 맛을 줄이기 위해 가열과 휴지 공정을 반복한 끝에 나온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 나오자 온라인 판매는 주문이 밀려 생산량이 부족할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갔다. 이에 도라지농사를 더 전문화하기 위해 저온저장고와 도라지 가공공장을 준공하고 도라지 전문 브랜드 '도라지미'도 탄생시켰다. 이후 영주 부석태 콩가루와 초코가루 등 다양한 재료와의 배합, 고급스러운 포장디자인 등으로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교육과 연구에 기반한 가공 농업
제품의 혁신과 창의성은 다양한 인증과 수상 경력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도라지미의 '홍도라지정과'는 전통식품품질 인증을 취득했고, 2020년에는 세계유산축전 경북 공식지정상품으로 선정돼 지역 문화관광상품으로 활약했다.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농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경북농업기술원의 미래농산업 아이디어 경진 부문에선 대상도 받았다.
이러한 성과는 경험과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교육과 학습을 통해 농업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설계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귀농 이후 현재까지 경북농업기술원 등에서 농업, 가공, 유통, 경영, 스마트농업 관련 교육을 총 2천304.5시간 이수했다. 이는 단기간에 몰아서 수강한 것이 아니라 8년 간에 걸쳐 농업 단계별로 필요한 내용을 선별해 누적해온 것이다. 농업의 기본 구조는 기초 농업기계, 토양학, 농산물 유통·마케팅, GAP 교육을 시작으로 신규 농업인 기초 영농기술교육, 강소농 역량향상 교육, 청년농업인 농업경영 입문과정 등을 통해 다졌다. 이후 최고농업경영자과정, 스마트온실운영기술 심화과정, 스마트농업과정,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입문형·교육형·경영형) 과정을 거치며 생산을 감각이 아닌 데이터와 관리의 영역으로 전환해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는 경북대학교 스마트농업시스템공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하며 현장에서의 경험을 이론과 시스템으로 정리하는 학습을 병행하고 있다. 농업을 단순히 '짓는 일'이 아니라 환경 제어, 생산 시스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대학원 과정을 선택한 것이다.
교육과 학습의 누적은 농사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를 다르게 만들었다. 작업 하나를 결정할 때도 경험 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에서 배운 기준과 수치를 함께 고려하고 있고, 재배·가공·유통을 각각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학문적으로 해석하고 다시 농장 운영에 적용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태준 씨는 "가공 농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경북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교육과 현장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이것이 재배·가공·마케팅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가장 큰 기반이 됐다"며 "농산물 가공 과정, 발효식품 과정, 농가형 가공식품 개발 과정 등을 이수하며 가공의 기본 구조를 체계적으로 익혔고 위생 관리, 공정 설계, 표시 기준, 식품 관련 법규에 대한 교육도 단계적으로 받아 이를 실제 가공 현장에서 적용했다"고 말했다.
◆'버틸 수 있는 시간' 주는 지원을…
그가 현장에서 느끼는 농업과 농촌의 미래는 '사라짐'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찾는 과정'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기존 방식의 농업은 분명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이제는 생산에 가공, 유통, 콘텐츠를 결합시켜야 새로운 역할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는 처절한 실패 경험에서 나온 깨달음이다. 가격 폭락, 인건비 상승, 기상 변수 앞에서 농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음을 체험했기에 원물 생산에서 가공이라는 선택지를 하나 더 가져간 것이다.
귀농을 고려하는 청년들에게도 '농업으로 먹고살 수 있다'는 막연한 말이 아니라 실패와 시행착오까지 포함해 어떤 과정을 거쳐 이것이 가능해졌는지 그 실제 사례를 많이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년농업인 지원 정책과 관련해서는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업은 안 되면 될 때까지 반복해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단기 성과 중심이 아닌, 계획을 실행해보고 수정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귀농을 고민하는 청년들을 향해선 "농업을 낭만으로 시작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농업은 생각보다 훨씬 고되고, 결과가 늦게 나오기 때문에 실패를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농업은 말로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고 기록하며 끝까지 해내는 과정, 즉 삶의 태도를 증명하는 일"이라며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는 각오가 있다면 농업은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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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농업기술원, 시·군별 농산물종합가공센터서 농식품산업 원스톱 지원〉
오랜 기간 농업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소득을 좌우했다. 그러나 생산비 상승과 기상 등 다양한 요인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커진 지금, 단순 생산 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이제 농업의 경쟁력은 생산량이 아니라 원물에 얼마나 더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농가들이 농업의 구조 확장 및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농산물 가공에 뛰어드는 이유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경북농업기술원은 도내 시·군 단위 농산물종합가공센터를 19개 구축, 가공경영체 육성에 힘쓰고 있다. 가공기술 교육, 시제품 개발 및 상품화 지원 등 체계적인 창업보육 프로그램 운영으로 농업인들의 가공 창업을 돕는다. 또 경영체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농식품기술자문단도 운영하고 있다.
김성연 경북농업기술원 농식품창업팀장은 "농산물 가공은 농업을 생산에서 가치 창출 중심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전략적 수단이자,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방향"이라며 "이는 청년농업인들에게도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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