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세우고 농지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시작한 농지 전수조사가 농촌을 뒤흔들자, 정부·여당이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당정은 21일 상속·고령농의 농지와 관행적 임대차·휴경은 일률적으로 처분하지 않고, 자진 정비나 농지은행 위탁을 통해 정상화하기로 했다. 경미한 불법 전용(轉用)에도 사후 양성화 기회를 주고 특별조치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방향성은 옳다. 문제는 왜 이 대책이 이제 나왔냐는 것이다.
농촌 현실은 조사 시작 전부터 알 수 있었다. 고령화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민이 늘고, 상속 농지와 관행적(慣行的) 임대차도 흔하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불확실한 기준으로 전수조사부터 했으니, 농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농지 거래가 끊기고 가격 급락, 지역 농협의 담보가치 하락까지 우려됐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전수조사 전보다 실거래 가격 하락 폭이 둔화했고, 거래 빈도는 오히려 늘었다"며 농촌의 고통을 외면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남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한다는 점이다. 여당은 농민들의 우려를 국민의힘의 '괴담'과 '선동'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정부·여당 스스로 이날 농촌의 관행적 위반을 구제하고 현행 농지 제도와 현실의 괴리(乖離)를 고치겠다고 대책을 내놓지 않았나.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이를 반영했어야 옳았다. 이제 와서 농민들의 불안을 정치적 선동의 결과로 돌리는 것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농민과 야당에 떠넘기는 행태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는 예상 가능한 피해를 최대한 걸러내야 한다. 농지처럼 농민의 생계와 재산권이 걸린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투기는 엄단하되 생계형·관행적 위반은 구제한다는 원칙을 먼저 세우고 전수조사에 들어갔어야 했다. 이번 대책이 민심을 달래기 위한 미봉책(彌縫策)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책의 허점은 농민 탓이 아니다. 농민에게 혼란을 안겨놓고 그 불만을 '괴담'이라 부르는 순간,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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