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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오상국] 조직보다 중요한 건 문화정책 지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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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국 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예술진흥부장

오상국 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예술진흥부장
오상국 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예술진흥부장

대구 문화예술 행정이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 7월 대구시가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공공기관 조직 개편 방향을 발표하면서 조직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개편은 대구 문화행정의 틀을 다시 짜는 변화다. 조직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가 현장과 시민의 삶에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내느냐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관의 수나 명칭이 아니다. 조직 개편이 지역 예술인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시민의 문화 향유를 넓히며 대구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높일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특히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사람과 사업을 실제로 재배치하는 실행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새로운 조직의 역할과 권한 못지않게 기존 정책과 사업 가운데 무엇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 조직이 바뀔 때마다 정책까지 새롭게 출발한다면 현장은 축적보다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문화행정에는 정책의 연속성과 현장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해외 주요 문화도시에서도 정책의 지속성과 기관의 전문성은 중요한 원칙으로 여겨진다. 영국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를 비롯해 베를린과 뉴욕의 문화예술 기관들도 전문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문화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조직개편 이후 기관 간 협력도 중요하다. 문화예술 지원과 공연, 전시와 관광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시민과 예술인에게는 하나의 문화행정으로 느껴져야 한다.

조직을 나누는 것이 새로운 칸막이를 만드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문성은 강화하되 기관 간 연결과 협력은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 대구는 전문 공연장과 미술관, 시립예술단, 다양한 지역 예술인과 풍부한 문화 자산을 가진 도시다. 이제는 이러한 자산을 연결해 새로운 콘텐츠와 시민의 문화 경험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현장을 지켜온 직원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존중돼야 한다. 문화예술의 경쟁력은 제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대와 전시장, 연습실에서 현장을 지켜온 예술인들의 경험도 소중한 자산이다. 그 전문성과 새로운 인재의 역량이 조화를 이루고, 공정한 인사와 안정적인 조직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대구 문화행정은 실제 운영으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축적된 정책과 전문성을 계승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혁신하고, 기관 간 협력으로 시민과 예술인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시가 선택한 이번 변화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조직개편이 지역 예술인의 창작 기회 확대와 시민의 문화 향유, 대구 문화예술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면 문화행정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직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문화정책의 철학과 현장에 대한 신뢰까지 함께 바뀌어서는 안 된다. 조직이 바뀌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다시 작품을 만들고, 무대에 오르고, 전시를 준비한다. 그들의 시간이 정책의 변화 때문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번 개편이 또 하나의 조직개편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다음 단계로 이어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구 문화도시의 미래는 조직의 형태에만 달려 있지 않다. 현장에 대한 신뢰와 정책의 지속성, 그리고 예술이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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