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올해 쓰지 못한 연차를 돈으로 받을지 그냥 날릴지 가르는 2차 연차사용촉진 통보 마감이 10월 31일로 다가왔다. 근로기준법 제61조는 회계연도 기준 사업장이 휴가 만료 2개월 전까지 미사용 연차의 사용 시기를 정해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알리도록 정했다. 연차수당 계산보다 먼저 따질 것은 통보 방식이다. 사내 게시판 공지나 단체 메일로 대신한 촉진은 효력이 없다. 이때 남은 연차는 한 푼도 깎이지 않고 수당으로 남는다.
◆ 16.7일 중 13.2일 사용… 1인당 3.5일이 연말로 넘어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근로자휴가조사를 보면 상용근로자 1인당 연차 16.7일 가운데 13.2일을 썼다. 소진율 79.4%로 역대 최고치다. 뒤집으면 1인당 3.5일이 해를 넘기며 수당 여부를 다투는 대상이 된다.
휴가는 여름에 몰린다. 같은 조사에서 월별 사용률은 8월이 15.3%로 가장 높았고 7월 11.2%, 12월 9.6% 순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내놓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규제영향분석서로는 2023년 기업의 연차 소진율이 77.8%로 2022년(76.2%)보다 높아졌다.
격차는 회사 규모에서 벌어진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7월 내놓은 연차휴가 실태 보고서에서 미사용 사유 1위는 수당 수령(14.7%)이었다.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는 18.4%가 수당을 받으려 연차를 남겼다. 5인 미만 사업장(4.7%)의 네 배다.
◆ 기업 63.3%가 촉진 시행… 도입 이유 1위는 '수당 절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7월 공개한 하계휴가 실태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63.3%가 연차사용촉진제도를 시행한다고 답했다. 전년(59.1%)보다 4.1%포인트 늘었다. 도입 사유는 수당 절감이 44.5%로 휴식권 보장(39.8%)을 앞섰다.
수당을 주는 회사일수록 휴가는 덜 쓴다. 경총의 주요 기업 휴가제도 조사에서 매출 상위 50대 기업의 90.3%가 미사용 연차를 돈으로 보상했다. 이들 기업의 연차 사용률은 64.7%로 미보상 기업(81.7%)보다 17.0%포인트 낮았다.
◆ 1차 촉구 없이 10월 지정 통보만 하면 절차 위반
촉진은 두 단계다. 1차는 휴가 만료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남은 일수를 알리고 사용 시기를 정해 달라고 서면으로 촉구하는 절차다. 회계연도 기준이면 7월 초순이다. 근로자가 촉구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사용 시기를 통보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2차 지정 통보로 넘어간다.
1차를 건너뛴 채 10월에 사용 시기만 일방적으로 지정해 통보한 사업장은 절차 위반으로 수당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근로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인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촉진제도가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아 미사용분이 전액 수당 대상이 된다.
◆ 단체 메일·게시판 공지는 서면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사내 전산망 이메일이나 사내 공고로 잔여 연차를 일괄 통보한 것을 서면 통보로 인정하지 않는다. 전자문서는 기안·결재 체계가 완비돼 개인별 수신과 도달이 명확히 확인될 때만 예외로 효력을 갖는다.
1·2차 촉진을 사내 메신저 공지와 단순 이메일 본문으로만 보낸 회사는 고용노동청 진정에서 개별 서면 요건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판정돼 퇴직 근로자에게 미사용 연차수당을 전액 지급했다. 이메일과 게시판 공지에만 의존했다가 근로자 30여 명분을 시정명령으로 소급 지급한 사례도 있다. 관련 서류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라 3년간 보존 의무가 있고, 입증 책임은 회사에 있다.
◆ 지정일에 출근했는데 PC도 안 껐다면 청구권은 살아 있다
서면 요건을 갖춰도 관문이 하나 더 있다. 지정된 휴가일에 근로자가 출근했는데 회사가 노무수령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고 근로를 용인하면 수당 지급 의무가 그대로 남는다. 대법원은 2020년 판결에서 "사용자가 휴가일에 근로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도 노무의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아니하거나 업무 지시를 했다면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휴가를 미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보상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책상 위 통지서 비치나 PC 차단 없이 지정일에 업무 메일을 주고받은 회사는 미지급분 전액을 물어내야 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공개한 설문에서 직장인 48.8%가 휴가 중 업무 연락을 받았다고 답했다.
◆ 연차수당 계산은 12월 통상임금 기준… 하루 11만4832원
연차수당 계산은 단순하다. 1일 통상임금은 시간급 통상임금에 소정근로 8시간을 곱해 구하고, 여기에 남은 연차 일수를 곱한다. 월 통상임금 300만원을 209시간으로 나눈 기준이면 하루치가 11만4832원, 평균 미사용분 3.5일이면 40만원가량이다.
기준 시점은 최종 휴가청구권이 있는 12월의 통상임금이다. 청구권은 사용기간이 끝난 다음 날 발생하고 소멸시효는 3년이다. 2026년분은 내년 1월 1일 권리가 생긴다. 적법한 촉진 없이 수당을 주지 않으면 임금체불로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된다.
회사 쪽 손을 들어 주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은 전자결재 시스템에서 근로자가 팝업 확인과 전자서명을 마쳐 통보 내용 인지가 증명되면 종이 서면이 아니어도 촉진 효력을 인정했다.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해 잔여 연차를 다음 해로 이월하는 운영도 가능하다. 1·2차 서면 절차를 기한 안에 마치고 당일 PC 차단 등 명백한 노무수령 거부를 입증한 사업장에서는 남은 연차가 수당 없이 소멸한다.
수당 계산에 넣을 일수 자체가 적은 쪽도 있다. 노동연구원 보고서에서 비정규직의 연차 사용일수는 5.2일로 정규직(11.0일)의 절반에 못 미쳤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조사에서는 연차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이 31.1%였고, 비정규직은 43.0%에 달했다.
기업 인사노무 자문을 하는 한 공인노무사는 2024년 7월 기고에서 "결국 연차 사용촉진을 했어도 노무수령거부권까지 행사를 해야 소멸하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근로기준법 제61조에 의한 연차 사용촉진을 활용하는 것 보다 실제 근로자에게 연차를 사용하도록 주기적으로 통보해 잔여 연차를 모두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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