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양이는 열두 살인데 아직도 밥을 너무 잘 먹어요. 나이가 들었는데도 물도 잘 마시고요. 이렇게 건강해 보이는데 혈액검사가 꼭 필요한가요?"
노령 고양이의 건강검진에서 보호자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다.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하고 식욕도 왕성하지만, 수의사는 체중 변화를 먼저 확인한다. 특히 잘 먹는데도 체중이 줄고 있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갑상선은 목에 위치한 작은 기관이지만, 여기서 만들어지는 갑상선호르몬은 몸 전체의 대사와 다양한 생리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비유하면 우리 몸의 발전소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조절하는 출력 조절장치와 비슷하다.
필요한 만큼 발전소의 출력을 높이고 낮추듯 갑상선호르몬은 우리 몸의 에너지 소비와 대사율을 조절한다. 그런데 실제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도 갑상선호르몬이 과도하게 증가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사율이 높아지면서 활동량이 많아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며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면서 식욕은 왕성한데도 체중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단순히 우리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에너지가 넘친다'고 생각해 지나쳐서는 안 된다.
고양이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호르몬이 필요 이상으로 증가하는 질환으로, 중년령 이후 특히 노령 고양이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10세 이상 고양이에서 약 10%에 가까운 비율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한다. 그러나 왜 이러한 변화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원인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다.
증상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식욕이 증가하는데도 체중이 감소하며, 물을 많이 마시거나 소변량이 늘고 구토나 설사가 평소보다 잦아지기도 한다. 안절부절못하거나 활동성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대사율과 심혈관계 부담이 증가하면서 심박수가 빨라지거나 고혈압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체중 감소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만큼 노령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다. 보호자가 집에서 정기적으로 체중을 측정해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체중을 측정하고 이전 기록과 비교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고 해서 모든 고양이가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식욕이 감소하거나 무기력해지는 등 오히려 정반대에 가까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보호자가 집에서 관찰하는 증상만으로 질환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발생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증상도 다양하지만, 다행히 갑상선기능항진증은 혈액검사를 통해 1차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임상 증상과 신체검사에 더해 갑상선호르몬인 총 T4(total T4)를 측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평가 방법이다.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T4 수치가 증가해 진단에 도움이 되지만, 일부에서는 T4가 정상 범위로 측정될 수 있다. 따라서 임상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정상 T4가 나왔다고 해서 질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필요에 따라 추가 검사나 추적 관찰을 통해 진단을 보완하기도 한다.
진단이 늦어지면 지속적인 갑상선호르몬 과다 상태가 심혈관계와 혈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적절한 시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뿐 아니라 방사성요오드 치료, 수술, 요오드 제한 처방식 등 환자의 상태에 맞는 다양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7살 이상의 고양이라면 노령화에 따른 질환 위험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시기인 만큼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체중과 혈압, 갑상선 이상 여부 등을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상담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10살을 넘긴 고양이에게서 체중 감소, 식욕 증가, 다음·다뇨 등의 변화가 보인다면 갑상선호르몬 검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오늘 집에 있는 고양이를 한 번 안아보자. 그리고 지난달보다 가벼워지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자. 잘 먹는다는 것만으로 건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때로는 '너무 잘 먹는데 살이 빠지는 것' 자체가 질병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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