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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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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됐다. 거실에서 부모님의 이야기가 들린다. "명절인데 TV에 볼 게 없네."

어렸을 때, 나는 명절이 다가오면 TV 편성표를 외웠다. 특선영화가 언제 하는지 확인하고,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 있으면 방송 시간을 기억해뒀다. 부모님은 TV 편성표를 외우는 나에게 TV에서 재밌는 걸 하냐고 물었고, 리모컨은 내가 보고 싶은 채널을 향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편성표를 외우지 않는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OTT를 통해서 보고 싶은 시간에 보면 되니, 굳이 명절을 기다릴 이유가 없어졌다. 그러다 이번 명절에 우연히 추석 특선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봤다. 마블 영화가 명절 특선영화가 된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OTT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니 이제 특선영화라는 희소성은 사라진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특선영화라고 하면 TV에서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특별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이 매년 찾아오는 고전도 있었지만, 특선영화라는 말에는 극장에서 흥행했던 영화를 TV로 볼 수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명절 특집 프로그램도 그렇다. 예능에선 특집이라며 명절에 맞는 에피소드를 기획했고, 특집 프로그램 또한 명절을 기반으로 방영됐다. 그러다 아이돌이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면서 '아이돌 육상 대회' 같은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았고, 최근에는 트로트 열풍과 함께 트로트 가수들이 이끄는 쇼가 명절 프로그램이 됐다.

생각해보면 명절의 TV는 그 시대의 대중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당시 흥행한 영화가 특선영화가 되고, 현재 인기 있는 트로트가 명절 특집 프로그램을 차지하는 걸 보아, 시대마다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방영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TV는 특별히 보여줄 것이 없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많아져서 무엇을 특별하게 보여줄지 어려워진 거란 생각이 든다.

어렸을 적 명절이면 할머니 집으로 친척들이 모였다. 오랜만에 만나 얘기를 하고, 밥을 먹고, 화투를 치다 다들 거실 TV 앞으로 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각자의 스마트폰, 태블릿으로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본다. 한 자리에 모여 같은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TV에 볼 게 없다.'라는 말은 정말 볼 게 없다는 뜻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볼 것은 많은데, 함께 볼 것이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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