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증시 상승에도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겪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투자자 보호와 사회적 책임 강화를 주문했다. 증권사에는 주주환원 확대와 사회공헌, 신용융자 관리, 유동성 리스크 관리 등을 당부하는 한편 투자자 이익을 침해하는 영업행태에 대해서는 감독·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29일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23개 증권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최근 증권업계 현안과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올해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소수 대형주에 쏠림이 심화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고, 상당수 개인투자자에게는 어려운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올해 우리 증시는 코스피 지수가 연초 대비 60% 넘게 오르는 등 두드러진 상승폭을 기록했다"라면서도 "상승의 대부분은 소수 대형주 쏠림에 기인한 것이었고,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대부분 개인투자자에게는 어려움을 견뎌내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라며 "반면 증권업계는 상반기 당기순이익만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하는 비약적인 성과를 거뒀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증권사는 계속 이익을 누리는데 정작 존립기반인 투자자의 상당수는 손실만 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며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증권산업은 그 미래를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우선 증권사들이 자본시장 체질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증권사는 기업과 투자자를 잇는 자금중개자이자 자본시장 성장의 가장 큰 수혜자인 만큼 일반 기업에 주주환원의 기준점을 제시하고 기업가치 제고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사회적 책임 강화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증권업계의 사회공헌 규모가 은행 등 다른 금융권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공헌활동 사업비는 국내 은행이 2조2000억 원인 반면 국내 증권사는 50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원장은 "증권업계의 성과는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며 "정작 그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업계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커진 규모와 역할만큼 기여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투자자 교육 강화도 요구했다. 그는 "법규상 설명의무를 넘어 투자자가 손실 가능성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투자자 교육을 실시해 달라"라며 "그래야 투자자를 능동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성숙한 투자자 보호 문화가 비로소 자리 잡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 신용융자에 대한 관리도 강조했다. 국내 신용융자 잔액은 2024년 말 15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27조3000억 원, 올해 6월 말 37조3000억 원까지 늘었다가 8월 말 33조3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특정 종목에 신용융자가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시장 쏠림과 변동성 확대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최근 금융투자협회 중심의 자율결의를 통해 종목별 신용융자를 제한하고 자기자본 대비 한도를 강화한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리 상승기에 대비한 유동성 리스크 관리도 주문했다. 증권사의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서 건전성 관리 실패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들어섰으므로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는 자금 미스매치 등 유동성 관리에 유의해 달라"라며 내년 시행 예정인 새로운 조정유동성비율 제도에도 차질 없이 대비할 것을 요청했다. 다만 모험자본과 부동산 등 필요한 분야에는 자금이 적시에 공급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권익을 침해하는 영업행태를 겨냥한 메세지도 나왔다. 금감원은 금융투자상품의 설계·제조·판매 등 전 생애주기를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자의 눈높이와 다른 상품 설계와 허위·과장광고, 숨은 비용 전가 등의 행태가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CEO의 관심과 자원배분 정도에 따라 투자자 보호 수준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라며 "CEO 여러분께서 각별하게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앞으로 감독·검사역량을 집중해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는 행태를 철저하게 따져 묻고,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사 CEO들은 증권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주주환원과 사회공헌을 적극 실천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CEO가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투자자·기업·증권사가 함께 성장해야 자본시장 선진화가 가능하다며 금융감독원도 자본시장 발전과 성숙한 투자문화 조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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