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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아들은 성년이면 남"이라더니 …5년 뒤 관저 사는 차남, '청년주거' 또 건드리나 [금주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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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9일
2021년 12월 29일 '김종배의 시선집중'-'골든크로스 시작? 이재명에게 직접 듣는다'. MBC 라디오 시사 유튜브

"대통령 아들은 성년인데 사실 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29일 한 말이다. 당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장남 이동호 씨 불법도박·성매매 의혹과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비교선상에 놓은 질문이 나오자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부인은 권한과 지원이 주어지는 공적 존재"라며 성인 아들과 대통령 배우자는 다르다는 취지로 답했다.

5년 가까이 지난 2026년 10월 29일, 이 발언이 다시 소환될 만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현재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차남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국회의원은 이를 두고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은커녕 전셋집을 얻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의 성인 자녀가 관저에 거주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며 '아빠 찬스'라고 비판했다. 아빠 찬스라는 표현은 이후 야권 여러 정치인들이 공세에 쓰고 있다.

물론, 2021년 이재명 후보가 말한 '남'은 부모와 따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대통령 배우자와 성인 자녀의 공적 책임 범위가 다르다는 논리를 펴며 쓴 단어였다.

그럼에도 정치인의 말은 종종 원래 맥락을 벗어나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이미 나를 떠나버린 말인줄 알았는데, 돌연 찾아온다. 전과 달라진 세태(세상이 돌아가는 형편)를 가르며.

"성년이면 사실 남이라면서, 왜 대통령 관저에서 함께 사느냐." 지금 드러나고 있는 국민 감정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모습. 연합뉴스

◆부모와 같이 사는 게 문제? 청년 절반 이상 '부모와 동거'

사실 성인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산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문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를 보면 만 19~34세 청년의 54.4%가 부모와 함께 살았다. 독립생활을 하는 청년은 45.6%였다.

오히려 집값과 전월세 부담 때문에 독립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청년이 적지 않은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따라서 "성인인데 왜 부모와 사느냐"는 식으로 단순히 접근한다면 대통령 자녀뿐 아니라 수많은 평범한 청년들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대 문제 삼는 꼴이 된다.

쟁점은 '부모와 동거'보다 '어떤 부모와, 어떤 공간에서 사느냐'가 아닐까.

일단 대통령 관저는 사적 주택이 아니다. 국가가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경호를 위해 제공하고 관리하는 공적 공간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성인 자녀가 그 공간에서 생활할 경우 일반적인 부모·자식 동거와는 다른 국민적 시선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즉, 국민들이 "우리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냐?"고 되물을 수 있는 것.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가 음주운전과 불법 숙박업 혐의로 기소된 당시였던 2025년 4월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다혜 씨는 이날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가 음주운전과 불법 숙박업 혐의로 기소된 당시였던 2025년 4월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다혜 씨는 이날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文정부 때도 똑같이 나온 말 '아빠 찬스'

이게 처음 제기된 논란도 아니다. 2021년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가 아들(문재인 전 대통령 손자)과 함께 청와대 관저에서 약 1년간 생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당이 역시 '아빠 찬스'라고 공격했다.

당시 청와대는 법령 위반이나 부적절한 사항이 없다고 반박했다. 유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국회에서 "아빠 찬스라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행어가 빠르게 생성됐다 사라지길 거듭하는 시대에 그때 쓰인 아빠 찬스라는 유행어를 지금 다른 표현이 대체하지 않은 채 그대로 쓰이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또 대통령 자녀의 관저 거주가 법적으로 허용되느냐와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도 재차 반복된다.

◆박정희·전두환 때는 성인 자녀도 함께 살았다

그런데 과거로 가면 대통령 자녀의 관저 생활 자체는 낯선 일이 아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박근혜·박근령·박지만 3남매와, 전두환 전 대통령은 네 자녀와 청와대에서 생활했다. 학생이거나 미혼이었던 자녀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결혼 전까지 함께 생활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엔 이를 요즘처럼 '청년 주거'나 '부모 찬스'의 언어로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가 강하지 않았는데, 이를 수십년 지난 2026년에 동일한 뉘앙스로 적용할 순 없다. 과거엔 대통령의 자녀가 부모와 관저에 함께 사는 게 자연스러운 가족생활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공정과 특혜의 프레임 안에서 다뤄지고, 특히 청년 주거문제가 정치의 핵심 의제가 된 게 달라진 점이다.

불과 2달여 전이었던 올해 8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폐버스 청년주택' 제안이 자녀의 고액 외국인학교 학비 논란까지 재소환되며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청년 주거 문제에서는 정책과 정치인 가족의 삶이 함께 비교되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가 된 셈이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페이스북
황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페이스북

◆재벌·부자에게도 달라진 질문…"얼마나 물려줄까"보다 "얼마나 독립시킬까"

비슷한 문제는 정치 영역을 벗어나 경제인과 유명인의 자녀에게도 따라붙는다.

대표적인 인물이 워런 버핏이다. 세계적 부호 버핏은 자녀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은 주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주지는 말라"는 원칙을 오랫동안 강조해왔다. 막대한 부를 자녀가 평생 아무 노력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안전망으로 만들어주기보다는 각자 자기 삶과 일을 선택할 수 있을 정도만 지원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모든 부모가 버핏처럼 행동할 필요도, 그럴 수도 없다. 그러나 부와 권력을 가진 부모일수록 자녀가 자신의 힘에 기대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는 과거보다 커졌다.

한국에서도 재벌가 자녀의 초고속 승진, 정치인 자녀의 취업과 병역, 유명인 자녀의 부동산 증여가 공개될 때마다 부모로부터 혜택을 얻었는지, 그게 어느정도인지 등을 따지는 게 익숙하다. 그러니 대통령을 향해서도 그런 잣대가 제시되는 건 당연지사고, 이를 당사자는 물론 부속실 등 관계자들도 업무의 일환으로 당연히 예상하고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5년 11월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서 아들 이지호 신임 소위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5년 11월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서 아들 이지호 신임 소위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이 원하는 건 '의절'이 아니라 '거리두기'

그렇다고 대통령이 자녀를 관저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거나, 부유한 부모가 자녀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번 논란에서 드러나는 요구는 가족관계를 끊으라는 게 아니라 권력과 자녀의 생활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보여달라는 것 아닐까.

특히 주거 문제에서는 그렇다. 2024년 조사에서 독립해 생활하는 청년들이 집을 선택할 때 통학·통근 다음으로 중요하게 꼽은 요소가 주거비였다. 청년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정책 분야 역시 주거였다. 보증금과 월세, 대출이자 때문에 부모 집을 떠나지 못하는 청년에게 대통령의 성인 자녀가 국가가 관리하는 관저에서 생활한다는 장면이 함께 제시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만으로 감정을 모두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일부 여당 인사는 "결혼하지 않은 자녀가 부모와 한집에 사는 것은 어느 가정에나 있는 평범한 일상"이라며 "아버지가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포기해야 하는 일상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부모님이 대통령 되시면 미혼자녀는 나가 살아야 하나?"라며 성인 미혼 자녀의 부모 동거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맞섰다. 대통령 가족에게는 경호와 보안 때문에 되레 평범한 청년에게 없는 제약이 따른다는 반론이다. 관저를 나가 별도로 생활한다면 오히려 추가 경호비용과 사생활 노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들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치에서 국민 감정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이 주거 문제로 받는 부담이 지금보다 꽤 줄어들면, 대통령 자녀가 관저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모습도 지금보다는 한결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대통령 아들이라 경호와 보안 때문에 오히려 포기해야 할 일상이 많겠다. 오히려 내 일상이 더 나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주거 문제조차 해결하기 버거운 현재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 즉 대통령 아들의 편의를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논란의 해법 역시 대통령 아들이 관저에서 나가느냐 마느냐에 있는 것은 아닐 터다. 청와대가 아무리 해명하고 여당 정치인들이 "평범한 가족의 동거"라거나 "대통령 아들이라 포기하는 일상도 있다"고 반박해도, 국민의 삶이 달라지지 않으면 그 말을 받아들이는 눈높이도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2017년 1월 23일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현 대통령, 왼쪽에서 3번째)이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부인 김혜경 여사(왼쪽에서 2번째) 등 가족들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월 23일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현 대통령, 왼쪽에서 3번째)이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부인 김혜경 여사(왼쪽에서 2번째) 등 가족들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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