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모임

최근 만난 중소기업경영자는 이른바 문민시대의 분위기 파악과 현실적응에피곤한 나날을 보낸다고 했다. 그분이 속해 있는 모임의 수는 20개. 문민정부출범이후 타의반 자의반으로 가입하게 된 모임도 몇개나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모임에 참석하는 일로 바쁘다는 것이다. 때로는 왜이런 모임이 필요한지 조차도 잊은채 귀중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아마도 그분이 많은 모임을 갖게된 이유는 힘있는 사람들의 안면을 많이 익혀놓아야 사업에 도움이 되었던 사회풍토에서 기인된 것이 아닐까? 면식사회의 한 단면인 것 같다. 행정기관이 주도하는 모임은 그저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름뿐인 관변단체에 중복참여하는 인사가 많은 것을 보면 모임은시대변화와도 무관해 보인다. 또 유명무실한 국제조직에 꼬박꼬박 납부하는국제회비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지적이 우리 사회의 모임형태를 잘 표현하고있는 것 같다. 아마도 감투 좋아하고 외부치장 좋아하는 한국인의 의식구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오랜만에 만난 그분은 "오늘은 주거래은행 골프모임에다 저녁에는 봉사단체주례회에 참석해야 한다"며 자리를 일어섰다. 우리네는 많은 조직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지만 삶이라는 것이 고달픈 모임의 연속이어서야 되겠는가?회원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도 잘 모르는 겉치레 모임들은 이제는 줄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신 질서의 길목에 접어든 이제, 모임도 새로워져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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