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고관의 금석

*TV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왕조시대의 고관행차는 꽤나 요란했다. {물렀거라 섰거라} 벽제소리 시끌벅적, 육모방망이를 든 별배들의 경계가삼엄하다. 사인교에 반쯤 몸을 눕힌 고관대작이 엎드리거나 저립한 행인들을굽어보며 지나간다. *이 존귀한 행차에 불손한 눈동자를 굴리면서 이상한 몸짓을 했다간 방망이 세례를 입거나 관아에 붙들려가 치도곤을 맞는다. 불순.불온분자에 대한 가혹한 응징이다. 이 유습이 민주시대에도 원숭이 꼬리만큼흔적이 남았다. *장관이 아니라 지방 관서장만돼도 국.과장등 수행이라는 별배종이 따른다. 거추장스런 사린교 대신, 검고 큼직한 승용차로 바뀌었을 뿐이다. 핸드폰등 현대적 통신수단이 아무개의 행차를 사전에 알려 벽제소리를대신 해주고 있다. *60.70년대 까지도 어느 {관찰사}(지사)가 지나간다고 미리 치도를 했고, 허름한 농가를 불태워 철거한 적이 있다. 신설 고속도로변에뿌리없는 나무를 가식하고, 절개지가 보기 흉하다고 초록색 물감을 뿌렸다.결과적으로 암우의 군주, 물정모르는 지도자를 만드는 결과가 됐다. *이회창국무총리의 가락동시장 {부시시찰}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보도다. 이 역시 관료들이 사전에 발한 {벽제소리}의 결과였다. 최내무의 경찰병원 방문시의 두사진이 보여준 이중성과 동질의 것이다. 관리들의 잔꾀와 과잉충성의 폐단을간파한 군왕중에도 미복잠행의 민정시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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