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일과 놀이

얼마전 어느 신문 칼럼에서 리영희선생이 쓴 글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프랑스에서는 대학 입학시험을 여러 날 치는데 첫째날 첫 시간에 철학 과목을논술고사로 친다는 것이다. 철학을 가르치는 대신 국민윤리과목에 '양념'조로 넣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때도 그러하지만, 그 논술제목이 '일과놀이는 모순되는가'라든가 '자유와 평등은 양립할 수 있는가' 처럼 상당히 높은 사고의 체험과 훈련을 쌓지 않으면 거의 손도 대지 못할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우리 청년들에게는 혹, 일과 놀이를 정반대로생각하는 습관이 있지 않을까. 흑백논리와 분단 이데올로기 속에서 반대말찾기에 길들여 온 우리 청년들에게 일과 놀이는 당연히 '일하는 사람=착한 사람/노는 사람=게으름뱅이'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기 십상이다.오래 전 어느 글에선가 '일하는 것이 즐겁고 노는 것이 즐거운 세상이야말로사람 살맛 나는 세상'이라는 구절을 본 일이 있다. 이 말에 대해서 나는 언제나 찬탄하면서 '정말 그렇다'고 외고 다닌다. 일하는 것이 즐겁기 위해서는노동의 결과가 모든 사람을 위해 보람있게 쓰여져야 하고, 또 일하는 과정이즐거워야 한다.오늘날처럼 먹고 사는 그 자체에 찌들어가는 괴로운 노동자, 그 괴로움을 잊기 위해 번 돈으로 향락적인 왜식.양색 퇴폐문화에 자신을 맞겨버리는 놀이야말로 스스로를 탕진하는 삶이 아닐까.

보름날 밤 달도 훤하고 멀리 매구치는 소리가 은은히 들려온다. 그 소리는옛날 양반들에 억눌려온 농민들의 삶의 고통과 일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었던 수준높은 일과 놀이의 예술이다. 그 시절의 '두레'는 일과 놀이가 하나로통일된 생활공동체로서 함께 사는 지혜를 오늘의 우리에게 남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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