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춤추는 숲

불과 오륙미터밖에 안되는 거리였다. 강대상과 앞렬 의자 사이의 공간에서였다. 믿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보아도 깔린 여자가 의혜임이 분명했다.아!온몸에 경련이 일었다. 숨이 막혔다. 마산에서 되돌아오면서 마음 한구석에실낱같은 예상을 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는가.

얼어붙은 동공이 풀릴 줄을 몰랐다. 창문을 깨뜨리고 뛰어들어 막아야 한다는 다짐만 마음 속에서 활활 일어나고 있었다.

바닥에 누워서 의혜가 발버둥을 쳤다. 그녀의 허리를 죄고 걸터앉은 허록이발버둥치는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이미 웃옷은 벗겨진 거나 다름 없었다.단추가 뜯겨진 채 양 어깨에 걸레처럼 걸려 있었다. 허록의 오른손이 속내의를 헤치고 브래지어를 뜯어냈다. 까만 젖꼭지가 보였다. 허록의 갈퀴같은 손이 유방을 움켜잡았다. 거세게 발버둥치던 그녀가 축 늘어졌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동유는 몸을 일으키려했다. 계단을 내려가 문을 박차고 들어가야 한다 싶었다. 하지만 웬지 온몸이 사슬로 포박된 것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너무나 충격을 받아서인가. 온몸의 신경이 마치 다른사람의 것처럼 떠있는 것 같았다.몇미터 앞의 광경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낯설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기이한 행위처럼 비치기도 했다.

동유가 몸을 일으킨 것은 허록이 웃통을 벗어버리는 것을 보고서였다. 그리고 막 일어서려는데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좀전엔 미처 보지 못한, 유리창이조그맣게 깨어진 곳으로 새어나오는 목소리였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널 동유에게서 떼어놓을수 없어! 동유는 내 아들같은놈야. 니가 사라져야 돼. 맹세를 해! 그놈에게서 네 혼을 거둬가겠다고 입을열란 말야]

[......]

[니가 뭔데, 그놈을 망가뜨리려고 하나! 내가 어떻게 쌓아올린 탑인줄 아느냐! 이래도 맹세를 못하겠어]

허록의 양손이 그녀의 스커트 양쪽을 잡고 좍 벗겨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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