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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선인장이야기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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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런 이야기다, 온갖 세상사를 뚜르르 꿰고 있는 어느 역사가가 공부하기 싫어하는 왕을 가르치게 되었다. 시시콜콜히 역사를 가르치려는 그 학자에게 질린 왕은 더욱 간략하게 줄여서 얘기해 달라고 하였다. 역사가는 인간이 살아온 내력을 요점만 추려 다시 왕에게 이야기했다.그래도 왕은 지겨워졌다.그래서 더 줄여라, 더! 하고 명령하였다.줄여도 줄여도 더욱 줄여라는 왕의 명령에 그는 답했다. {사람들이 살다가 죽었습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처음 들었을 때 웃지 않았다.이 이야기는 내가 다소 정적인 삶을 선택해서 살아오게끔한 동기이기도 했다.또 있다. {개체는 사라지고 종만 남는다}는 말. 난 이런 이야기들에 쉽게허물어지곤 했다. 어쩌면 내가 그냥 이렇게 되었을 뿐이라고 변명하는 나의삶의 방식을 결정한 것이 이런 사고들을 받아들인 탓인지도 모른다. 능동적으로 선택하지 않고 또 그렇다고 수동적으로 선택 당하지도 않으면서 되도록 내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 쪽으로 나는 살아왔다.내 삶이 이처럼 수동적인데 머물러 있는 건 어차피 어떤 일이 일어나건 아니건 큰 차이가 없고 어떤 생각을 하건 안하건 삶은 크게 바뀌어지지 않는다는생각의 결론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건대 내 삶은 확실히 관성의 삶에 불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나는 이러다간 그야말로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삶을 살 날을 곧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마치 어머니의 삶이 그렇듯이 말이다. 그런데 혜수는 분명히 다른 사람들과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할 수 없다면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특별한 일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도보였다.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화장도 하였다.시계를 보니 오후 네시가 다 되었다. 혜수가 연극을 공연하는 시간은 저녁 일곱시였다. 나는 어디로 가겠다는 생각도 없이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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