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법대를 나와 사회생활을 하던중 7년전 병으로 실명하게된 ㄱ씨는 오랜 병과의싸움과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통해 30대에 인간이 겪어야할 고뇌를 다겪었다고 했다.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실명상태를 끊임없는 물의 흐름처럼 겸허히 인정하면서 오히려 실명이전보다 더 넉넉히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인다.그에게 만약 눈을 뜨게 된다면 뭐가 제일 보고 싶으냐고 물어 보았다. 심각하고 거창한 대답을 기대하고 있는 내게 그는 {배꼽티}라는 재미난 대답을했다.

배꼽을 내어놓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아무리 생각해도 궁금하고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는 모양이다. 그의 솔직한 대답으로 한참 웃었지만, 맹인들의 궁금증에 대해 좀더 이해를 할 수가 있게 되었다.지난해 여름 직원들과 봉사자, 맹인들을 데리고 저심도로 가는 배에서 바다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려고 애쓰는 내게 그들은 배의 울렁임과 바닷내음, 파도소리, 사람들이 질러대는 감탄사의 강약을 통해 더 멋있는 바다의 풍경을충분히 감상하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어쩌면 우리는 보이는 것 때문에자연이 우리에게 얘기해주고 있는 위대하고도 세미한 음성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 쓰고있는 허위허식의 가면을 우리는 본다고하고, 안다고 하면서 눈에 보이는 부분만을 치장하고 껍데기만을 신경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깨달음과 인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눈을 맹인들의 눈에서 배우게 된다.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가 생각난다.

한알의 모래속에 세계를 보며 / 한송이 들꽃에 천국을 보라 / 그대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 한순간의 시간에 영원을 보라.

보이는 것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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