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자 {대화론}부상

민자당사는 26일 오후 민주당의 대전집회가 열리는 동안 텅텅 비어 있었다.비상정국이라기보다는 너무 한가한 주말이었다. 당직자들 대부분은 자리를비웠다. 그중 일부는 이날 오후 3시에 공항터미널에서 있은 서석재당무위원의혼사에 참석했다. 문정수사무총장과 서청원정무1장관 박범진대변인등 주요당직자들이 결혼식장을 방문했다.정국이 민주당의 장외투쟁으로 꼬인지 20일을 넘어 한달이 다 돼가는데도 지금까지 민자당은 속수무책이었다. 민주당이 원내로 들어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여야타협의 여지도 보이지 않았다. 화난 민주당지도부를 달랠 엄두조차내지 못하고 있다. 그저 민주당의 장외투쟁 입장고수가 민주당의 {당내문제}때문이라고 치부한채 상대편의 태도변화만을 기다리고 있다.이제까지 거의 보여주지 못한 "민자당의 정치력이 갑자기 발휘되는 것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번 여야영수회담 추진건이 청와대의 완강한 태도로 무산된 이후 민자당은 단독국회운영방침을 정하고 그 방향으로 몰아왔다. 민주당이 들어오지 않으면 "국정책임을 진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단독으로라도 국회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그렇다고 민자당이 "이제 할 수 없다"는 태도는 아닌 것 같다. 단독방침을밖으로 전하면서도 일부에서나마 여론의 향배에 신경을 쓰고 단독국회운영으로 정국이 더욱 꼬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야당은 야당대로 갈길을 가고여당은 야당의 존재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정국을 몰고갈 경우 결국은 정치권전체가 불신을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될 우려도 높기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이기택민주당대표가 26일 대전집회에서 조건을 달지 않고 정국전반을 논의할 여야영수회담을 열자는 제의를 해온 점은 일단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서히 민자당내에서 대화론이 고개를 들 여지가 마련된 것이다.

대화론자인 서청원정무1장관은 "이웃집에 불이 나면 불이 옮겨 붙지 않아도우리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강건너 불}이 아니라 이웃집에 불이 난 것이라는 시각이다. 강경파였던 문정수사무총장도 "제1야당이 안정돼야 정국이 안정된다"는 말을 했다. 근본적인 태도변화는 아니더라도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각에 모종의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청와대의 영수회담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는 것이 감지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주당이 기소유예철회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장외를 계속 고집할경우 또 영수회담을 제2의 강경투쟁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면 영수회담은 불가능할 것이라는게 민자당의 기본시각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지난번 영수회담불발을 전후해 당의 입장도 입장이지만,청와대가 결국은 칼자루를 쥐고 있었다는 점에서 민자당의 태도를 변화시킬수 있는 대전제는 청와대내에서 대화론이 주류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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