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행정조직 개편 논란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지방행정조직개편에 대해 민자당당직자들 사이에서나오는 일차적인 반응이다.적어도 이 사안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이같은 집권여당의 공언에도 불구하고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는다.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시도의 폐지주장에 대해서는 더더욱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본다.승리를 장담할수 없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두 군데의 {패배}가 가져올정치적인 부담을 덜자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듯 문정수민자당사무총장, 서청원정무장관등 민자당주요당직자들은 9일 지자체선거가 얼마남지 않은 점등을 감안해 지방행정조직은 개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강삼재기조실장은더 나아가 "중앙부처 조직개편에 의한 감원인원이 약 1천명정도에 불과하지만 지방조직개편으로는 수만명의 인원이 감원대상이 될 것"이라며 현실적인어려움을 지적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이들의 표면적인설명이다.

그러나 이들도 한꺼풀만 더 들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선거연기의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하고 언론과 야당의 {협조}가 있으면 시도해 볼 수 있는일이라고도 한다. 아직 불씨가 꺼지지 않고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지방선거의 주무장관인 최형우내무장관의 이야기도 별로 다를게 없다. 최장관은 이날 국회내무위에 출석, 야당의원들이 "정부가 기습적인 중앙조직개편에 이어 지방행정조직도 개편, 내년지방선거를 연기하려는 의혹이 짙다"고 해명을 요구하자 "내무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있다"며 "지방선거가 그대로 이행되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최장관의 이 발언은 듣기에 따라 여러가지로 해석될 만했다.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다른 요인이 있으면 그에 따를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들렸다. 최장관의 다음 말은 더욱 의미심장했다. "행정구역개편은 법률사항이어서 여야합의에 의해 처리할 문제이므로 내무부가 왈가왈부할 성질이아니다"고 했다. 또 "(그에대한)대통령의 생각은 잘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야당의원들은 최장관의 말꼬리를 잡았다. "장관답변의 뉘앙스가 내무부는 선거준비만 하고 있을뿐 청와대에서 과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뜻으로 들린다"며 딱 부러지는 답을 요구했다. 그는 "현재 대통령께서도 예정대로 지방선거를 치를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최장관의 {개인적}소신은 달랐다. 행정구역개편에 대한 강한 미련은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내무위에서도 사견을 전제로 "세계화와 국제화는 불합리하고 낭비적인 행정조직을 개편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정치논리로 이 문제를 보아서는 안되며 국가경쟁력강화 차원에서 정치권이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구역개편 이야기가 나왔을때 여권이 내세운 논리도 {정치}가 아니라 {경쟁력강화}였다.

이전에도 최장관은 비슷한 논리를 펴왔다. 광역행정구역이 논란끝에 일부개편된 지난 10월 기자들과 만나 소신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바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분할 그리고 직할시와 도의 통합, 울산의 직할시 승격에 대한개인적인 소신이었다.

이처럼 당정의 고위관계자들이 지방행정조직개편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강력한 {일축}이 아니다. 충분히 오해의 의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드벌룬}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언젠가 갑작스레 지방행정조직 개편이 발표되고 지자제선거의 연기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통령이 나서서 가부간 교통정리를 해주지 않는한 지방선거 연기까지도 포함하는 지방행정조직개편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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