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3)

"아줌마도 잠시 가줘야겠어. 허가증 가지구, 지갑 챙겨 나와요"뒷골목에서 나온 형사가 점잖게 말한다. 나는 그가 상무로부터 돈을 받아 챙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우리 식구들의 그 일터로 자주 들렀다."어느 서예요?"인희 엄마가 묻는다.

"가 보면 알아"

나에게 수갑을 채운 형사가 말한다. 그는 순찰차의 차도 쪽, 내 옆자리에 탄다. 다른 형사는 운전석에 앉는다.

"이 밤중에 뭣 때문에 경찰서로 가자는 거여요? 우리 시우가 무슨 잘못이 있나요? 그기다 왜 나까지?"

인희엄마가 점잖게 말한 형사에게 따진다.

"아줌만 죄가 없어. 참고인으로 조사가 필요해서 가자는 거요"인희엄마는 더 대들기를 포기한다. 식당으로 들어간다. 나는 차 안에서 식당옆 미화꽃집을 본다. 꽃집 간판이 어둠속에 하얗게 떨고 있다. 셔터가 내려진 꽃집 안, 꽃들은 어둠에 묻혀 있다. 미미가 안개꽃다발 뒤에서 웃고 있다. 미미의 옥수수 같은 흰 이빨이 보인다. 나는 미미를 그렇게 그려볼뿐,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것 같다. 미미는 내게 장미 한 송이를 준 적이 있었다. 시든 가지와 함께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너 가져 하며 내게 주었다. 나는 그 꽃을 주방으로 가져왔다. 컵에 물을 부어 주방 옆 골방에다 꽂아 두었다. 인희엄마가 소금을 물에 조금 넣어봐 하고 말했다. 장미꽃은 말라도 그모양이 변하지 않았다. 채집한 식물 같았다. 장미꽃은 아직도 내 골방에 있다.

외투를 입고 나온 인희엄마가 운전석 옆자리에 탄다. 인희가 한길로 따라 나와 발을 구르며 운다. 내복만 입어 추워 보인다. 바깥 기온이 영하 몇몇도는될 듯하다. 은행나무 빈 가지가 바람에 휘두들기고 있다. 어린 인희가 그 바람에 날려 갈 것만 같았다.

"엄마!"

인희가 울며 제 엄마를 부른다.

"아침에 엄마 늦게 오면 빵이나 챙겨 먹어. 봉고차 올 때까지 엄마가 안오면, 그 차 타구 유치원에 가.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인희엄마가 바람소리처럼 말한다.

"제기럴, 정초부터 집에두 못들어 가구, 이게 뭐야"

운전석에 앉은 형사가 차의 시동을 건다. 정초 연휴라 인적 끊긴 한 길을 순찰차가 달린다. 뿡빵 거리며 사이렌을 울린다. 네온사인만 번쩍이는 유흥가를 지난다.

"넌 왜 이렇게 떨어? 춥니?"

점잖은 형사가 내게 묻는다. 나는 추위 탓에 떨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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