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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산책-스위스식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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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아마10강전'이 올해부터 '스위스식'룰을 채택했다고 하는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위스식 룰이란, 간단히 말하면 토너먼트와 리그의 장점을 취합한 시스템이다. 토너먼트처럼 첫 판에 지면 그것으로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리그처럼 여러 판을 둘 수 있게한 것이다.가령 32명이 출전해서 대회를 한다고 하자. 출발은 토너먼트 형식이다. 32명이 토너먼트를 벌여 첫 판을 두고나면 16명은 올라가고 16명은 탈락한다. 보통 토너먼트라면 올라간 16명은 2회전을 벌이고 패한 16명은 할 일이 없게되는데, 스위스식 룰에서는 올라간 16명은 16명끼리 2회전을 치르고 패한 16명도 그들끼리 2회전을 벌인다. 1회전을 통과한 16명이 2회전을 치르면 다시8명의 승자와 8명의 패자로 갈라진다. 1회전에서 패한 16명이 벌인 2회전에서도 8명의 승자와 8명의 패자가 생긴다. 즉 2회전을 치르고 나면 2승자가 8명, 1승1패자가 16명, 2패자가 8명이 된다.

다음 3회전에서는 2승자는 2승자끼리, 1승1패자는 1승1패자끼리, 2패자는 2패자끼리 토너먼트를 벌인다. 요컨대 승패가 같은 사람끼리 대국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스위스식 룰의 핵심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승패가 같은사람끼리, 승패가 같은 사람끼리 짝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승패가 가장 비슷한 사람끼리 대국을 하면서 대회는 진행된다. 궁극적으로는 물론 승수가 가장 많은 사람이 우승을 한다.

스위스식 룰에서는 토너먼트로 올라가면서 패한 사람이 차례로 탈락하는 것이 아니라 패해도 계속 둘 수 있으므로 대회 분위기나 열기가 끝까지 지속이된다. 대국이 한 번 끝날 때마다 참가선수의 절반씩이 빠져나가 대회장이 썰렁해지고 나중에는 결승의 두 사람밖에 남지 않는 토너먼트와는 대조적이다.그러면서 여러 판을 둘 수 있으니 리그에서처럼 공정한 실력평가를 할 수 있다.

아마추어 대회는 이래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아마추어 바둑대회는 거의천편일률적으로 누가 가장 바둑을 잘 두나, 누가 가장 센가를 가리는 대회였다. 아마 강자, 세미프로를 위한 대회였다. 축제가 되지못하고 몇몇 강자들의 상금·상품 따먹기 대회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래서는 진정한 바둑 보급이라 할 수가 없다. 아마추어 바둑대회는,물론 실력최강을 가리는 부문도 있어야 하지만 그것과 아울러 세미프로급의실력자만이 아니라 중·저급자, 여성과 어린이 등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이면누구나 참여해 그날 하루 바둑을 '즐길 수 있는'잔치가 되어야 한다. 그런점에서 '유럽바둑선수권대회'는 좋은 참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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