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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시의 푸른나무(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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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폐유와 휘발유 ⑫쌍침형이 대나무칼을 우리 셋에게 준다. 기요가 칼날을 만져본다. 칼을 쥔손이 떨린다. 나는 칼을 지녀본 적이 없다.

"형님, 고맙습니다!"

짱구가 갑자기 큰소리로 말한다. 머리를 숙인다. 이마가 탁자를 박을 듯하다. 나는 이마로 못을 박는 차력사를 본적 있었다.

"너들 가진 회칼은 내게 넘겨"

쌍침형이 말한다. 기요와 짱구가 왼쪽 양말을 더듬는다. 회칼을 꺼내 놓는다. 나는 회칼이 없다.

"가봐. 당분간 처신을 조심해"

쌍침형이 말한다. 기요와 짱구가 대나무칼을 양말에 꽂는다. 일어선다. 쌍침형에게 절을 한다. 나는 앉아 있다. 쌍침형이 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옥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쥐가 새장을 들쳤는지도 모른다. 병아리는 쥐를 이기지못한다.

"마두 너도 가봐. 아침엔 여기로 출근하구. 맘보가 여기서 자니깐"쌍침형이 말한다. 나는 대나무칼을 점퍼 안주머니에 넣는다. 기요와 짱구를따라 나선다. 홀은 만원이다.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가라오케가 시끄럽다. 넥타이짜리가 빠른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우리는 지하실을 빠져 나온다. 클럽 입구에 빈대아저씨는 없다. 기요가 새앙쥐의 어깨를 쳐준다. 우리는 거리로 나선다.

"쪽방 비우라니 사물 옮겨야지"

기요가 말한다.

"나는…"

내가 말을 꺼내자, 짱구가 내 말을 꺾는다.

"같이 가. 우린 다시 한 방 신세야"

우리 셋은 쪽방거리 쪽으로 걷는다.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나는 그 골목안, 쪽방들을 잘 안다. 기요와 짱구와 함께 지낸 적이 있었다. 항구에서 이곳으로 올라온 직후였다.

짱구가 쌍침형을 두고, 의리가 있다고 말한다. 대나무칼로 개부터 찔러와야겠다고 기요가 말한다. 쌍침형은 채리누나와 살림을 차릴 모양이라고 짱구가말한다. 채리누나가 애를 밴 것 같다고 기요가 말한다.

우리는 쪽방 거리에 도착한다. 길가에는 음식점, 주점, 노래방이 깔렸다. 쪽방거리에는 보신탕집이 많다. 나도 먹어본 적이 있다. 음식점 절반이 그 간판이다. 골목 안에는 여관이 많다. 쪽방 집이 촘촘하다. 쪽방은 작은 방이다. 합판 두 장 만하다. 쪽방에는 애들이 많이 꾄다. 학교 그만두고 집 나온 애들이다. 중학교를 그만둔 계집애도 있다. 사내애와 계집애가 혼숙도 한다. 계집애들은 주정꾼을 낚는다. 여관에서 몸을 판다. 그 돈으로 쪽방을 찾는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뽕(본드)도 마신다. 기요는 애들 돈을 뺏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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