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유럽을 가로질러 흐르는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강은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등 여섯 나라를 통과하는 국제하천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아무런 수계(水系) 분쟁이 없이 소리없는 협력과 조화 속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있다.
강원도 황지(黃地)에서 발원한 낙동강 1천3백리는 이와 달리 같은 나라, 같은 지역인 우리 영남지방을 관통하는 젖줄이다. 따라서 각 도시들 간에 낙동강을살리자 는 공동명제에 이론(異論)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요즘 이 낙동강을 두고 대구권과 부산권의 갈등이 날로 심화되어 극한 대립의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낙동강 전투 라는 제하에낙동강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는 극한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이 모두가 위천공단의 국가공단 조성문제 때문이다.
원래 공단은 강가에 조성되는 것이지 산위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시시피강 상류의 피츠버그 제철단지나 라인강의 루르공업지대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공단은 모두 강을 끼고 있다. 5백50만평이 넘는 구미공단도 낙동강 연안에있으며 바로 그 아래에서 대구시민이 수돗물을 취수하고 있다. 그런데 왜 위천공단이 문제일까.
공단지정을 반대하는 부산권의 논리는 바로 부산시민들이 맑은 물을 마실 권리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낙동강 수질이 오염되지 않아야 하고 따라서 위천공단을 비롯한 낙동강 수계의 공단조성 일체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단조성을 꼭하겠다면 낙동강 수질이 정화되고나서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위천공단이 없어야 부산시민이 맑은 물을 마실 수있다는 논리는 처음부터 모순이며, 낙동강 하류의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오히려위천공단과 같은 최첨단 공해방지시설을 갖춘 공단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본다.그 첫번째 이유는 위천공단이 조성되지 않는다고 해서 대구가 공장을 안짓는것은 아니라는 점 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구 곳곳에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다. 누구든지 조건만 갖추면 관계법률에 따라 얼마든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것이 현행제도이다.지금 대구의 제조업체 가운데 공단내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33%에 불과하다.절대 다수인 67%의 업체가 공업용지난 탓으로 공단밖에 산재되어 있다.이들은 공장원폐수를 모두 1백30┸정도로만 자가처리한 후 일반하수로 흘려버리고 만다. 이것도 환경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기업의 경우이다.
물론 이들 폐수는 시에서 다시 종말 2차처리를 통해 20┸으로 걸러지긴 하지만문제점이 많다. 따라서 첨단기법으로 완벽하게 공해방지시설이 갖춰진 국가공단에서 일괄처리하는 경우와 비교할 때 엄청난 차이가 있다.이와 같은 공단이외 지역에 산재한 제조업체는 연도별로 증가추세에 있다. 92년도에 3천3백55개였던 업체가 93년도에는 4천1백53개소로 다시 94년도에는 4천7백45개소로 연간 약 7백개 업체의 꼴로 급증하고 있다.
공장이 흩어져있다면 관리하기가 더욱 어렵다. 국가공단이 조성된다면 곳곳에 흩어진 공장들을 모두 환경통제권 내에 한데 모아서 국가적 권위로써 관리해나갈 수가 있다.따라서 위천공단을 조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낙동강이 맑아진다는 주장은 실상과 다르다 는 것이 명확히 증명되는 것이다.
위천공단은 폐수처리시설 설치비용만 무려 5백억원에 달하는 단일공단 환경부문 투자비로서는 국내 최대규모의 공단이다.단지에서 나오는 폐수관과 최종방류수관에는 BOD와 COD의 농도를 측정하는자동감식기가 설치되어 기준치 이상의 방류수가 나오면 자동차단되고 경보음이 울리게 되어있다.
또한 기존의 2차 폐수처리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3차 고도 폐수처리시설을 갖추게 된다. 이는 질소 인 등 각종 불순물 제거와 살균기능을 갖춘 사여과처리와 활성탄 처리가 첨가된 것이다.중수도시설도 할 계획이다. 이는 최종폐수처리된 방류수중 일부를 활성탄 여과 처리, 오존처리 등의 과정을 거쳐 공업용수나 각종생활용수로 재사용하는 설비로 국내에선 서울 롯데월드 빌딩에서 유일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밖에도 유독성 물질인 크롬 시안 아연 등과 벤젠 페놀 AOX 등 난분해성물질은 개별공장에서부터 다른 폐수와 분리시켜 육로를 통해 특정폐기물처리업소인 환경위생처리업소에서 전담 처리토록 하고 있다.이러한 최첨단 공해방지 시설을 갖춘 공단은 아직은 전국에 유례가 없다. 낙동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종류의 최첨단 폐수방지시설을 갖춘 공단들이 더 조성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경제가 살아야 한다는 현실논리도 무시할 수가 없다.대구는 아마존 유역처럼 미개발지역이 아니다. 당초 신천범람원에 형성되었던시가지가 대구분지를 가득 채우고 동서구릉지로 폭발하고 있는 이 거대한 메트로폴리탄시티를 두고 지금에 와서 개발과 제조를 원천포기하라는 것은 이야기가 안된다.
오히려 경제를 살려 환경비용을 최우선적으로 부담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 때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회생불능 판정을 받았던 요코하마만(灣)이 막강한 일본의경제력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현실적으로 경제를 무시할 수 없기는 대구나 부산이나 마찬가지이다. 부산이라고 해서 남해의 바다가 완전히 맑아지고 동해안까지 피해를 주는 적조(赤潮)현상이 말끔히 사라지고 난 뒤에 신호공단을 조성하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부산이 대구의 경제를 책임질 수 없고, 부산이 대구의 환경을 위해 도와줄 수도 없다. 대구는 환경파괴범이 이끌어가는 도시가 결코 아니며, 지방화시대를 맞아경제도 환경도 대구의 것은 대구가 책임을 진다.낙동강물이 완전히 맑아지고 난 뒤에 위천공단을 조성하라는 주장 역시 또다른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이미 대구의 공업용지난을 눈치챈 대구인근 지방자치단체의 유치공작이 과열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땅값이 싼 칠곡, 성주, 고령, 경산 등으로 대구의 공장이 마구 흩어지고 있다.이 지역들도 하나같이 낙동강유역이긴 마찬가지다. 그들이 국가공단처럼 최첨단 폐수방지시설을 못할 경우, 거기서 방류되는 폐수는 어디로 흘러들어갈 것인가 반문하고 싶다.
이밖에도 그동안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한 대구의 필사적 노력이 너무나 간과되고 있다.대구만 잘 살자는 것이 아니다. 빚더미 재정의 대구광역시가 오는 97년까지 낙동강에 쏟아붓고 있는 예산은 줄잡아 8천억원 이상이다. 부산과 대구의 환경비용을 비교하더라도 대구의 낙동강보호 노력을 알수 있을 것이다.
대구가 전국최초로 1백% 하수종말처리를 위해 과잉투자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97년 완공예정으로 투자하는 사업비만 5천7백72억원이다. 또한 사업비 2천2백89억원을 투자하여 임하댐, 영천댐과 금호강을 연결하는 총연장 53㎞의 도수로공사도 97년이면 완공한다. 이밖에도 신천유지수확보를 위해 1백21억원, 금호강하류 오니준설에 5백5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상의 사실을 종합해보면 경제를 위해서는 물론,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위천공단의 조성은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단, 문제는 반드시 최첨단 공해방지시설을 갖춘 모범적인 공단을 조성해야한다는 점이다. 부산 경남권은 오히려 이 점을 주장하여야만 합리적일 것이다.다시 말해서 부산 경남은 위천공단의 국가공단 지정을 이해해주고, 대구.경북은부산 경남을 위하여 낙동강 살리기에 무엇보다도 우선적이고 앞선 환경정책을펴야 한다는 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모범답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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