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체제 출범이후 우리 농산물을 지키기 위한 시도로 산지 가공산업육성사업이 박차를 가하고있다.
정부도 이사업을 90년대 들어 적극 권장해 이젠 유명 농산물산지가 아니더라도 시.군단위에서 농산물 가공공장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산지 농산물가공사업은 개인이 사업주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아직은 산지 농협이 주도하는 형태로 이름깨나 있는 공장은 대부분 농협이 운영하고 있이다.
경북지역의 경우 농협에서 운영하는 산지 가공공장은 안동 일직농협의 고추가루,의성 사곡농협의깐마늘,상주 대서농협의 감식초공장등 모두 16개소에 이른다.
이들 공장들은 원료 구입에서 생산농가의 판로를 일차적으로 해결하고 이과정에서 적정가 수매를해줌으로써 중간상인들의 가격 조작을 막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영양, 안동농협이 가공용 고추수매가 대표적 예로 수확후 첫수매에서 농협이 일차적인 작황조사를 토대로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보다 항상 조금 높게 정하는 것을 들수있다.이경우 생산농가들이 농협수매로 몰리기 때문에 중간상들이 농가로 부터 고추를 사들이기 위해서는 농협가격이나 그보다 높게 제시해야만 가능해 농가가 그만큼 덕을 보게 된다.가격폭락때도 농협의 수매가는 항상 생산비를 챙겨주는 수준에서 결정돼 하한 가격선을 떠받치는일정한 역할을 해낸다.
아울러 이들 공장들은 농협의 공신력을 걸고 양질의 원료를 최신설비로 가공해 품질 만큼은 외국산과 일반기업 제품을 능가하는 우수제품을 생산,우리가공농산물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 올렸다는평가도 있다.
최근에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일본등 선진국 식품시장으로 안동일직 농협의 고춧가루,예천 보문농협의 식혜등 가공농산물과 식품이 수출길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명한 역할과 성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 공장의 내실은 대부분 매우 보잘것없고 만성적자라는 중병을 앓고 있으며 앞날 또한 불투명하다.
우선은 판매부진을 들수있다. 우수상품이 팔리지 않는 다는 사실은 분명 아이러니다.농협 농산물가공 제품은 순수한 국산원료 사용에 따른 원가부담이 값싼 수입농산물을 전량 또는혼용해 사용하는 일반 기업 제품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 가격경쟁에서 현격히 밀린다.고추장가격을 예로 들어 안동 일직농협에서 생산하는 20㎏짜리가 12만원선인데 비해 외산 수입원료를 사용하는 일반 기업제품은 고작 3만원선 정도라는 데서 입증된다.
소비자 가격이 비슷하게 정해지는 저가품 또한 제조 원가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공장도 가격도 높아져 판매 마진이 작아질수 밖에 없고 이는 도.소매상의 취급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안동일직 농협 고춧가루공장 황찬영공장장(37)은 원활한 판매가 보장되는 대도시 백화점에 납품을 하고 싶지만 백화점측이 마진이 없다는 이유로 대량 납품을 받아주지 않을 뿐더러 마진을 올려주면 생산가를 맞추지 못하는 실정 이라고 했다.
이때문에 농협 가공상품들은 일반 시장이나 매장을 통한 유통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대부분 농협 자체 연쇄점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마진.보관문제등으로 지역간의 긴밀한 협조 체제가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는 품질의 우수성을 집중 홍보해 여타 제품과의 차별성을 확연히 함으로써 극복할수있는 문제지만 판촉 홍보도 낙제점이다.
공장 개별홍보는 공장사무실에서 방문객용으로 제작한 제품 안내서 정도가 고작인데 홍보의 필요성을 몰라서라기 보다는 자금부족과 일정액 이상의 광고.판촉비는 인정치 않는 자체 예산집행 구조 때문이라는 것.
이같은 상황은 상대적으로 값싼 원료와 대량생산으로 생산 원가를 최소화하고 풍부한 자금력으로무한정 상품홍보를 실시하는 일반 기업들과는 판이한 것이며 그자체로 경쟁이 되지 않고 있다.판매부진은 가공 품목을 잘못 선택한 경우도 있는데 예천 보문농협이 지난 93년 시도한 도라지가공품이 그 대표적 사례다.
혼합음료 재료로는 도무지 낯설고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도라지의 이미지 때문에 애초에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해 1년도 견디지 못하고 생산 중단 사태를 맞았다.
그러나 이후 지방 청결미 원료로 한 식혜로 생산품목을 전환한뒤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다.결국 이같은 일련의 오류는 농협이 가공산업을 주도는 했지만 처음 손을 댄 탓에 원료의 안정적확보와 홍보.판촉등의 제반문제에 대해 적절히 대처할수 있는 기업경영 측면의 노하우가 없었다는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일선 농협직원들조차도 동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모농협직원은 중앙회 차원의 종합적인 유통망 확대와 홍보 운영지원이 전혀 없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소비자들의 애정 부족도 문제. 농협가공식품은 어떤 시식회,품평회에서도 맛과 품질로 소비자들의절찬을 받는다.
값비싼 제품을 맹목적인 애국심을 들어 구매를 강요할수는 없지만 후일 품질 좋고 값싼 우리농산물을 마음대로 구입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손해를 감내해 경쟁력을 길러주는 지혜가 어느때보다절실한 시점이다.
〈鄭敬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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