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상식 바로잡기

"간질은 불치병인가"

병원에 가서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진단될 경우 심하게 놀라거나 또는 공포에 질려 엉엉 우는환자는 별로 없다. 뿐만 아니라 그 병을 진찰한 의사가 음식을 조심해서 먹으라고 하거나 또는약을 규칙적으로 잘 복용하고 운동도 좀 하라고 조언을 해도 대개는 으레 하는 소리 라는 투로귓전으로 흘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간질이라는 병을 진단받게 되면 모두들 크게 놀라고 낙심하거나 심하면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사실 간질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비하면 치료도 쉽고 합병증도 별로 없는,뒤끝이 깨끗한(?) 병이건만 이상하게도 이 병을 진단받게 되면 모두들 낙담하는 것이다.대뜸 우리집안에는 이런 환자가 전혀 없는데 왜 이런 병이 오느냐 또는 내 아들에게는 이 병이 유전은 안되느냐 라고 다그쳐 묻기부터 한다. 또 어떤 사람은 환자와 같이 생활하면 이 병이전염되지는 않느냐 라고 걱정도 한다.

이모두가 편견과 무지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간질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여 뇌에 손상을 줄수 있는 모든 질환 즉 뇌감염증, 뇌출혈, 뇌경색, 뇌종양, 뇌외상, 저산소허혈성 뇌손상및 뇌대사장애등의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이러한 원인에 의해 손상받은 부위에서 비정상적인 전기가 발생하여재발성 경련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있다.

사실 몇 십년 전만해도 이 병이 왜 생기는지 아무도 몰랐고 그 결과 온전한 치료법이 없었던게사실이다. 그리고 간질의 증상이 좀 괴이하게 보이는 탓에 하늘이 주는 병 이라고 일반인들도스스로 진단하여 치료 자체를 포기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옛날과 달리 원인도 대개 다 밝혀져있고 치료법도 대부분 수립돼 있으나 간질환자가 생기면 아예 포기를 하고 병원에 와서 진찰을 받지 않는다거나 약을 조금 먹다가 중독이 된다고 조기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를 종종 볼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치료를 그만둬 버리고 조약을 쓰거나 민간요법 운운하면서 이상한 치료를 하여 환자를 망쳐놓기도 한다.

간질은 의사의 진단을 믿고 치료를 성실히 하면 쉽게 증상이 조절되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부탁하고 싶다.

권영재 (대구시의사회 건강캠페인 위원.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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