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한국사람은 왜 모두 같은 모양을 하고 있나요? 입고 있는 옷이며 신발이며 머리 스타일이 모두비슷비슷하네요 유럽여행을 하고 있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보고 어느유럽학생이 한 질문이다.

유럽인과 같이 있던 한국 유학생은 그 질문을 받고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이 한국학생이 보아도 여행온 20명 남짓의 한국 중년 여자들과 남자들이 서로 경쟁하듯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옷이며 머리 스타일, 화장법으로 장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질문은 현재 우리 문화의 한 단면을 잘 꼬집고 있다고 하겠다. 유행하는 것은 옷모양, 옷색깔,신발, 가방, 핸드백과 루주와 피부 색깔만이 아니다. 모두들 예쁘고 잘빠진 얼굴과 몸매를 가지려고 안간힘을 쓴다. 어떤 이상적인 모델이 표준 으로 유행하며, 이 표준 의 판에 박은 얼굴과몸매가 대중매체를 장식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특히 여성들은) 돈, 건강, 심지어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모양내기 에 뛰어든다.

그런데 이 표준 이란 것은 결코 우리 사회의 평균치나 중간값이 아니라 매우 예외적인 경우, 즉정상분포곡선의 한쪽 끝 귀퉁이에 해당되는 가상표준 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여성들은 표준아닌표준에 도달하지 못해 스트레스와 열등감에 괴로워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표준 이란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란 어떤 획일적인 모델을 이상형으로 여기는 사회는 분명 아닐 것이다.시공간을 넘나들며 여러 사회를 두루 살펴보면 표준과 비표준이 매우 상대적이라는 것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개인의 다양성을 극도로 억압해온 수많은 통념들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때, 우리 모두는 가상표준 의 압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효성가톨릭대 전임강사.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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