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62년 제43회 대구전국체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되고 다음해 광주체전부터 정식종목이 됐다. 무도 태권도가 스포츠 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60년대 초.중반 대구.경북 태권도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국체전태권도 종목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조차 아직 따내지 못하고 있었다. 제47회서울전국체전은 끝없이 추락해 버린 향토 태권도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인식됐다.
경북태권도협회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제47회 전국체전 태권도 경북(대구)대표팀은 비장한 각오속에 구성됐다. 지휘봉은 지도관 김정훈 관장(63.사업) 손에 맡겨졌다. 선수는 고교생 8명을 포함, 모두 24명이었다.
이때 전국체전은 고교부와 일반(대학포함) 2개부로 나눠 경기가 치러졌다. 정우득(49.현 대구시태권도협회전무), 송태익(53.사업), 이우석(53.부산) 씨 등이 이당시 향토의 대표적 선수들이다.
서울전국체전을 앞둔 경북태권도 대표팀의 훈련기지는 대구시 서구 비산동 지도관 분관. 경북지도관 산하에는 김정훈 관장이 운영하는 대신동 본관과 비산동 분관, 그리고 서종수 현 대구시태권도협회부회장(55)의 침산동 지부도장이있었다.
대회를 수개월 앞두고 지옥의 합숙훈련에 돌입했다. 훈련은 새벽 6시~오후 6시까지 매일 12시간씩 계속됐다. 오전에는 지구력과 체력단련, 오후에는 실전훈련으로 프로그램이 짜였다.
비산동~달성공원으로 이어지는 오전 산악훈련 을 마치고 나면 입안에서 단내가 풍겼다. 하지만 훈련을 멈출수는 없었다. 오후의 실전훈련은 그야말로 눈물고개 였다.
제47회 서울전국체전은 결국 이 눈물들이 결실을 거뒀다. 정우득 전무가 일반부 핀급에서 향토최초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송태익, 이우석 씨는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정훈 관장이 훈련기간 동안에 항상 호랑이처럼 무섭고 엄격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김관장은 요리하기를 좋아했고 솜씨도 상당했다. 대표팀 식사준비를 도맡아 했을 뿐만아니라 가끔식 영양식을 만들어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워주었다.특히 만두.냉면 요리는 일류요리사를 오히려 능가했다.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김관장이 어느날 최면술에 대해 조금 강의를 했다.열심히 강의에 귀기울이던 수련생들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과연 우리가 최면을 걸 수 있을까
글쎄, 모르지
김관장이 자리를 비우기를 기다리던 수련생들은 실전연습에 들어갔다.
잠이 온다. 잠이 온다.…
최면술의 효과는 의외로 쉽게 나타났다.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곧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최면을 거는 방법만 들었지 푸는 법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다만 최면상태에너무 오래두면 정신이상 등 감당키 어려운 후유증을 일으킬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불안했다. 최면에 빠져있는 동료를 바라보는 수련생들의 혈색도 하얗게 질려있었다.
잠깐 외출했다 돌아온 김관장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을 한 것은 당연한 일. 다행이 너무 늦지않아 별 탈없이 최면술 소동 은 끝이났다. 수련생들에게는 잊지못할 추억을 남기면서….
정우득 전무는 향토 최초의 전국체전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의 영광을 차지한 다음해 육군 26사단에 입대, 태권도선수단에서 활약했다. 26사단 태권도부는 외국국가원수 또는 귀빈이 방한했을때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최정예부대였다.
보통 외국국가원수가 방한했을 경우는 육사교정에서, 그 밖의 경우는 26사단 연병장에서 태권도를 선보였다. 존슨 미대통령, 말레이시아 총리, 일본 총리, 디오리 하마니 에티오피아 황제 등 3년간 1백80여회의 시범공연이 펼쳐졌다.
정전무는 태권도시범단 정규멤버 14명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종목을 도맡아했다.
엎드린 10명을 뛰어넘으면서 장애물 격파, 불타는 링을 통과 격파, 높이뛰어차기 격파, 겨루기 등등.
정전무의 주연선발에는 태권도 실력도 중요했지만 작은 체구 의 도움이 컸다.조그마한 코리언이 펼치는 전광석화 같은 격파시범을 지켜보는 외국귀빈들은그저 원더풀 을 연발할 뿐이었다.
체격이 좋은 다른 선수들은 기와 및 벽돌 격파와 같은 비인기종목을 할수밖에없었다. 당연히 고참들은 시기심이 생겼다.
하루는 불타는 링 통과 격파 연습중 갑자기 링의 방향을 돌려버렸다. 공중에떠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상황이 변화되자 정전무는 땅바닥에 넘어졌고 머리는불길에 까맣게 탔다.
요즘 군대친구들을 만나면 옛날에 머리를 태운 덕분에 전직대통령 전모씨 헤어스타일과 비슷해졌다고 놀려대곤 하지. 하지만 그땐 얼마나 황당했는지 몰라.정전무의 태권도시범은 70년 육영수 여사 부대방문 기념공연이 마지막이었다.
경북지도관 출신 태권도계 인사로는 정우득 대구시협회전무(91년~현재)를 비롯,방태식(50.금성기전사장) 박위덕(50.상서여상교사) 최영창(49.사업) 김정황(48.사업) 김종완(47.프랑스 로멘대교수) 안영태(45.대구협회심사위원장) 정재석(43.장풍체육관) 이동렬(43.승일체육관) 김의진(48.명문체육관) 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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