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어제와 오늘

"개발소외-경제未來觀부족 [위기]불렀다"

건설교통부등 중앙부처사무실에는 으레 큼지막한 지도가 걸려있다.전국의 각종 개발사업 계획.현황등을 한눈에 볼수 있도록 색색으로 표시해놓은 대한민국전도다.이를 관심있게 들여다보면 해안을 따라 사다리꼴 상자선을 친다고 가정할때 유독 서해안과 남해안을 잇는 ㄴ 자가 컬러일색이고, 강원도에서 동해안으로 이어지는 ㄱ 자는 바탕색 그대로 남아있음을 금방 알수 있다. 국토개발에 따른 지역불균형의 현주소다.

지난 93년8월 우리나라 사상 최대규모의 국제박람회 대전엑스포는 대전을 일약 세계적인 도시로끌어올렸다.

당시 정부는 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엄청난 사업비를 투입해 경부고속도로 구간92.5㎞를 확장하고 대전시 주변도로를 새로 건설하는등 대대적으로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했다. 오랜만에 대전을찾는 사람들이 길을 못찾아 어리둥절해할 정도로 사방팔방 온통 뒤집어 놓았었고, 대전은 이 경제올림픽 을 계기로 도약적인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서해안일대 지도를 바꿀만큼 다양하고 개발효과가 가시화되는 서해안개발사업(총72건, 9조6천2백60억원 투입)은 계획발표 이듬해인 89년부터 곧바로 6천3백억원(71건에 정부지원 3천2백36억원)규모의 1차사업이 추진되는 신속성을 보였다. 인천과 목포를 잇는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고 호남선 전구간이 복선화되며 군산.장항.목포등지에 대규모 공업단지가 들어서는 한편 곳곳에 대대적인간척사업이 추진, 호남권이 더이상 성장과 발전의 외곽지대 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누가 정권을 잡게되든 앞으로의 경제축은 서울~대전~전주~광주를 잇는 서남(西南)라인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무슨 정치적 배경이 깔린게 아니라 이윤추구라는 순수한 경제적 동기로 해석해달라 당시 서해안개발의 당위성을 설명한 관계자의 언급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고 여겨진다.

역대 TK정권의 정책결정과정을 지켜봤던 향토출신 최재욱(崔在旭)전의원의 말은 이렇다. 해안중심의 국토개발이라는 기조는 이미 그때부터 틀이 잡혔었다. 대구의 부족한 해양성 확보문제등에대한 관심도 부족했지만 이로인해 머지않아 닥칠 상황을 예견, 미리부터 처방을 강구하자고 나서질 않았다. 어려운 현안이 있을때 관철을 위해 철저한 자료수집과 타지역과의 경쟁력 우위확보노력에는 소홀한채 중앙부처의 풍부한 인맥을 통해 직접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았던게 사실이었다. 호남권에서는 피해의식속에서 투쟁이라도하듯 광주대불단지 조성과 영산강 개발, 군산~장항간산업도로 건설등 숱한 지역개발사업 지원을 정부에 졸라댔고 실제 대부분 관철됐다말대로라면 그 당시 노.전대통령을 비롯해 등등하던 TK실세들은 고향을 위해 도대체 뭘했었느냐는 지탄을 면키 어렵다. 속말로 제 염통 썩는줄 모르고 남의 볼치기만 걱정해주는 꼴 과 다름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부산지하철에 대한 큰 폭의 국고지원도 거슬러 올라가면 노태우대통령이재임시 약속한 사항이었고 당시 대구는 지하철건설의 꿈도 못꾸고 있었다.

김영삼정부 출범이후 새로운 정권창출지역으로 자리한 부산은 살판난 신천지 같다. 대형 국가사업들이 앞다투어 추진되고 아시안게임등 국제행사들을 척척 유치, 끊이질 않고있는 지역특혜 시비는 메아리없는 고함에 불과하다.

당초 경기도 일산에 건설하기로 했던 대규모 제2국제종합전시장이 어느날 갑자기 부산으로 바뀌는가 하면, 경주로 내정됐던 지방경마장까지 부산으로 가져가겠다고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다.94년5월 당시 상공부는 97년까지 총2천2백억원을 들여 영종도신공항과 가까운 일산에 동양최대제2종합전시장(5만1천평 규모)을 짓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7월께 슬며시 부산이 후보지로 끼어들더니 곧 적격지로 결정되고 정기국회에서 예산까지 깨끗하게 따갔다. 또 대통령선거 공약사항으로 벌써부터(92년9월 마사회 결정) 내정된 지방경마장까지 부산으로 유치하겠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훨씬 많은 인구의 부산사람들이 경주까지 가서 경마를 즐겨야 하는가 라는 우월 의식이 깔려 있다. 그후 마사회등 관계단체까지 눈치를 보느라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자 한동안 지역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직.간접비용은 액수만도 7조9천억원에 이르고 이중 60%%이상이 98년까지 집중투입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은 김영삼대통령이 직접 지원법 제정까지 약속했다. 국제수준의 경기장 시설뿐아니라 연결도로, 지하철 2.3호선, 하수처리장, 하천정화.도시녹화, 김해국제공항 확장등과 더불어 부산은 그야말로 21세기 동아시아 제1관문으로 도약하는 새옷을 입고있다. 말하자면 직.간접적인 국고지원등 가능한 예산은 최우선으로 다 빼가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7월중순 내년부터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을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경부고속철도.부산 가덕도신항만.광양항.아산항등 5대 국책사업에 집중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민련은 SOC 확충대책이 통일을 대비한 장기적 계획이라기보다는 일부지역에 집중,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 이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볼수 없었던 신(新)개발독재 현상으로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차원과도 거리가 멀다 라고 우선순위 결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물류중심항으로 개발하는 부산 가덕도신항만개발사업이 우선적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오는2001년까지 6조1천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24개의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비롯 33개 부두와 4백만평의 항만용지를 조성하게 되는 이 대형프로젝트는 1단계 사업비에서도 3조8천1백37억원중 방파제건설(1.6㎞, 2천4백64억원) 접안시설(1.71㎞, 2천3백39억원) 준설토 투기장(2.1㎞, 1천4백55억원)등정부지원액이 절반가량인 1조8천2백72억원에 이른다. 또 오는 99년부터 2006년까지 삼랑진~가덕간의 인입철도와 김해인터체인지~가덕간 배후도로건설에 각각 9천1백억원, 3천7백억원이 투입된다.

지난3일 야권의원 1백35명은 질의서를 제출하고 부산은 부산교통공단을 설립, 전체공사비의70%%를 지원하면서 대구.대전.광주 등지에는 30%%만 지원하고있다 고 적시, 동일사업에 대한 차등지원은 공정한 행정권행사로 볼수 없으며 지역간 감정을 악화시킨다 고 정부측에 따졌다. 그러나부산출신 의원들은 공공연히 현재 논란중인 위천단지 문제에 맞대응하기위한 성격 이라면서 이를 폄하하고 있다.

문제는 중병을 앓고있는 지역경제다. 저부가가치 섬유가 주종인 대구의 산업구조는 중국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경기가 어려울때마다 정부측에 세제혜택.지원금등을 받아내 곶감빼먹듯 하던 시절은 이미 아니다. 그동안 안주 하는 타성에 젖어 도시기반시설 확충과 앞날을대비한 지역경제 탈출구 마련을 너무 등한시했다는 뼈아픈 자성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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