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대구綜金]서울에 팔다니

대구지역경제의 심각한 낙후상태는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때문에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역민의 노력은 벌써부터 여러방면에서 간절하게 전개돼왔던 것이다. 그런 노력이 맺은 결실의 하나가 현재의 대구종합금융(발족당시엔 대구투자금융)이다. 당시(79년) 어려운 대구지역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타개하고 지역의 돈이 역외(域外)로 유출되지않게 하기 위해 대구상의가 주축이되어 지역의 상공인들과 시민들이 합심해서 이 회사를 만든 것이다. 특히 이 회사가 시민의 대중주(大衆株)로 설립됐다는 사실 외에도 그때 권위주의 정부가 새로운 금융회사 설립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지역의 언론기관과 상공인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인가를 받은 감동적 사연이 숨어 있었다. 작은 금융기관의 설립이었지만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지역민 전체의 뭉쳐진 의지가 처음으로 피워낸 한송이 아름다운 꽃이었고 대구살리기를 염원하는 소망의 탑이었던 것이다.

그런 대구종금이 발족된 후 지역상공업계에 많은 기여를 해온 것과는 달리 최근들어 이 회사의일부 대주주들이 반시민적(反市民的) 이기심으로 설립취지에 어긋나는 주식거래를 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지역의 대표적 기업들인 갑을과 신무림등 업체가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지분 28% 를 경남출신 수도권업체에 팔아넘기는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이 업체가 소액주식을 조금만 더 확보하면 대구종금의 지배주주가 되고 그렇게 되면 대구종금은 사실상 역외업체 소유주의 경영방침에 따라 지역민의 이익과 관계없이 운영될수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출신업체대주주의 대구종금 주식매각은 한마디로 지역민에 대한배신이며 지역경제회생의 소망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라 할수있다.

더욱이 이번 주식매각관련 업체인 갑을은 지역여론조성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이 지역민들의 이익과 상반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할수있다는 자체가 실로 충격적이다. 기업에 무턱대고 윤리만을 강조할수는 없지만 지역발전에 상당한 책임을 지고있는 기업이 지역민의노력으로 만든 성과물을 단순히 돈의 지배나 이해관계의 논리만으로 전단한다는 것은 지역민의공분을 사지 않을수 없다.

다행히 대구종금의 대주주인 화성산업, 대구은행, 신라섬유등 업체들이 주식매각을 반대하고 있어새로 등장한 대주주가 경영권을 장악하지는 못한것 같다.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지역의나머지 주주들은 역외주주의 주식추가매집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것이며 지역의 중소기업들도 이에대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것이다. 특히 이 회사설립을 주도한 대구상의는 회사경영권문제에적극적인 관심과 할수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는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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