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무덥고 긴 여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서늘해지는가싶더니 성큼 추석이 다가왔다. 그러나 추석은 더이상 아름답지 못하다.

추석이면 도로곳곳마다 귀성체증으로 국토가 몸살을 앓는다. 또 일부에서는 호텔이나 콘도에서 제삿상을 차려놓고 간이 제사 를 지내기도 한다는 소식이다.심지어는 먼 친척에게 돈 몇푼 쥐어주고는 대리성묘까지 시키기도 한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추석은 신라 유리왕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오랜 역사만큼 추석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풍습을 지녀왔다. 햇곡식으로 조상에게 차례상을 차리고 가족과 이웃과 함께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정겨운 장(場)이었다.

생업으로 잠시 헤어졌던 부모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에게 피붙이였음을느끼고 조상의 같은 후손임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추석은 고향의 내음이 가득한 풍요로운 명절로 우리민족에게 다가오곤 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부모 형제를 만나는 인연이 가장 좋은 인연이라 하셨다. 또 추석은 부모형제가 서로를 만난 인연을 더욱 돈독히 하고 다지는 기쁜날이다.

추석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외지콘도에서 간이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은 자라나는 자식들에게 되갚음을 당할는지도 모르겠다. 부모에게 배운 추석은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가족과 친척끼리 부대끼는 날이 아니라 여행하기 좋은 연휴라는 생각을 갖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여, 죽음에 이른 그들의 영혼은 추석날 고향이 아닌 먼 여행지에서 어쩌면 해외까지 자식들이 차려놓은 제삿상을 얻어먹기위해 헤매야 하는 비극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님.통도사 종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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