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에헴, 시골선비가 나들이를 떠나게 되었다. 참 오랜만의 외출이라 선비는 잘 다려놓은 흰옷을 곱게 차려입고 길을 나섰는데, 어, 어디선가 건장한 청년이 나타나 말도 안되는 시비를 거는 것이아닌가. 순간 욱하는 심정이 얼굴로 나타나고 손끝도 떨리는데 이때다 싶었는지 청년은 선비를길에 엎어놓고 마구 짓밟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비는 오히려 제 새옷과 몸이 길옆 진흙탕에 묻어더러워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만이 앞섰다. 선비가 청년의 밑에서 허우적대는 것은 그 청년에게서벗어나려거나 청년을 이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묻는 그 진흙을 벗어나려고 진흙과 싸우기위함이었다.

사실 거기에 집중하다보니 청년이 때리는 주먹과 발길질도 아프지 않았다. 어느덧 청년은 사라지고 가까스로 진흙탕에서 벗어나 길을 걷는 선비에게 사람들은 수군거린다. 무슨 잘못을 했길래저렇게 얻어맞았지…? 선비는 그제서야 제 주머니를 뒤져보고 노자가 없어진 걸 알았고 열패감으로 붉어진 얼굴과 하나도 아프지 않던 온몸에 멍이 들고 상처가 생긴 걸 알았다.무릇 나는 얼마나 많은 착각과 과오로 이 삶을 수행하고 있는지. 그래서 어색한 명분과 설익은논리로 사태를 바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인간이기 때문에 벌이는 실수에 많은 경우 관대하지만 그러나 내마음같지 않게 덤비는 악과 비리의 날벌레는 또 얼마나 지독한지.그래서 나는 착함도 그 착함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비로소 착한 것이라고 말한다. 자기를방어할 힘이 없는 착함은 다만 선량할 뿐이고 그래서 언제든지 악의 유혹이나 공격에 무너지기쉽다.

선을 지키는 힘은 올바른 통찰력과 진정한 용기 에 있다고 생각되는데 현재 우리의 교육은 얼마나 여기에 기여할까. 또 우리는 얼마나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제비도 떠나는 이 가을의들녘에서….

〈세강병원 신경외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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