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共匪, 민간인 왜 살해했나

"소강상태 소탕작전 새국면"

9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탑동리 야산 중턱에서 무장공비 잔당에 의해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3명이 발견되면서 소강상태에 빠졌던 공비잔당소탕작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남자인 김용수(金龍洙.45), 이영모(李英模.54)씨는 총상을 입은 채, 여자인 정우교(鄭佑敎.69)씨는 머리를 둔기로 맞고 목졸린 채 김씨 등으로부터 3백m가량 떨어진 곳에 숨져 있었다.

군 당국은 이들 민간인이 공비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군은 그 이유로 우선 △현장에서 제조번호가 없는 M-16 탄피가 발견됐고 이

탄피가 다른 무장공비의 유류품 탄피와 동일한 점 △잔당 3명중 공작원 한명이M-16소총을 휴대하고 있었다는 생포공비 이광수(31)의 진술 △양민학살및 유기방법이 지난 78년 충남 광천의 무장공비 사건때와 유사한 점 등을 꼽는다.

현재 아군은 M-16소총 대신 K-1이나 K-2 소총을 사용하고 아군사용 탄피에

는 제조번호가 새겨져 있다.

또 당시 현장에는 작전중인 아군 부대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이들 민간인들이 아군의 오인사격을 받아 숨졌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변사체가 정밀 수색을 하지 않을 경우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갈대와나뭇잎 등으로 교묘하게 위장돼 있었고 정씨 시신에서 목졸린 흔적이 있는 것도 이같은 추정의 바탕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침투직후 민간인들과 여러차례 조우했을 때 옥수수와 성냥 등 꼭 필요한 물건만을 빼앗고 해치지는 않았던 공비들이 자신들의 행적 을 드러낼 살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가정중 현재로서는 민간인들이 이동중이던 공비를 먼저 발견한 뒤 도주하다 살해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다.

즉, 공비가 발빠르게 달아나는 남자는 총으로 쏘고 나이가 들어 몸이 둔한 노인은 뒤쫓아가 둔기로 머리를 때린 뒤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는게 군당국의 설명.

또 하나는 무전으로 지령을 받고 있는 공비잔당이 탈출전술에 관해 북측으로부터 모종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2일째 군수색대의 철통같은 입체포위망을 피해 도주중인 잔당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고도의 생존훈련을 받은 27~28세 가량의 공작원 2명과 승조원 1명.

이 가운데 북한 김정일이 1개 사단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자랑하기도 했던 공작원 2명은 이번 침투 및 정찰활동 과정에서 값진 정보를 손에 쥐고 있을 것으로분석된다.

따라서 북한은 최소한 공작원 1명의 도주로를 터주기 위해 승조원 등을 활용해한쪽에서 요란을 떨고 다른 쪽에서 공격하는 이른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을 구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다시말해 아군의 작전병력을 엉뚱한 곳에 집중시켜 이미 철책선 가까이 갔을지도 모르는 공작원이 비교적 느슨해진 경계망을 뚫고 탈출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책략일 수도 있다는 추정이다.

이같은 추정은 남자 2명이 총상을 입고 숨진 데 근거하고 있다.

공비들이 민간인들을 마주친 뒤 순간 당황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노출시킬 것이 뻔한데도 총을 사용해 살인을 한 것은 이같은 책략이 숨어있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북한이 지난 2일 유엔군사령부와의 군사정전위 비서장급 접촉에서 대남보복 망언을 하고 동.서해안에서 공작원 침투용 항공기인 AN-2기를 이용해 무력시위를 벌인것도 이번 민간인 살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우리 군이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공비 잔당이 숨어 있을 것으로보이는 칠성산 주변에 있던 병력을 빼내 전방으로 돌리도록 함으로써 공비의도주를 도우려했고 공비들은 그 틈을 이용, 대담하게 이동하다 민간인의 눈에띄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현재 군당국은 총소리가 들렸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있은 8일 오후 3시30분이후탑동리 야산을 중심으로 3중,4중의 물샐틈없는 포위망을 쳐놓은 상태여서 이번에는 기필코 소탕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빠르면 금주내에 가시적 성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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