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가을 들판만큼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황금빛이 출렁이는 논과 짙고 싱싱한녹색의 물결을 이룬 배추, 무의 밭이랑, 탐스럽게 태양빛을 닮아가는 과수원의 잘익은 사과들은먹지않아도 배가 부르다. 또 투명하고 푸른 창공에서 무진장 쏟아지는 두터운 햇살은 한없는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농사를 짓지않는 도회지사람의 감상일뿐이다.농민들에겐 명줄이 걸린 생업인 만큼 흉년의 한숨은 말할것도 없고 풍년의 시름도 여간 고통이아니다. 풍성한 수확을 눈앞에 두고 적자영농의 허기에 지치는 농심(農心)은 허탈과 절망인 것이다. ▲올해는 쌀농사가 사상유례없는 대풍작이란 정부발표가 있었고 배추도 과잉생산이며 무, 감자, 고추등도 작황이 좋아 홍수출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풍작과 더불어 값은 폭락해 쌀값이 가마(80㎏)당 1만원씩이나 떨어졌고 배추, 무, 감자, 고추등 농산물값은 지난해의 절반값으로 하락했다. 배추경작농민들은 수확을 않고 그대로 갈아엎어버린다는 것이다. ▲우리 농업이 흉풍(凶豊)에대비하지못하는 정책부재(政策不在)로 지적받아온지 오래다. 그래도 WTO체제출범땐 온갖 대비책이 관민(官民)에서 속출했고 최근엔 국제적인 식량파동으로 새삼스레 증산(增産)운동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농민들에게는 올가을에도 달라지는게 없다. 경쟁력 있는 농업은 농민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부의 풍년대책(豊年對策) 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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