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우리 주위엔 생각보다 장애인이 많다. 그 중 특별한 인연에 의해 나는 심신장애아, 특히 자폐아와반응성 애착장애아를 많이 만나고 있다. 자폐아가 뇌의 기질적질환 같은 선천적인 원인으로 인한것이라면 반응성 애착장애아는 환경등의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자폐증상을 가진 어린이를 말한다.

나는 이런 아동들을 보면 열쇠를 안에 두고 잠겨버린 금고 가 생각난다. 열쇠가 없다면 금고는아무 소용이 없고 또 그 열쇠를 얻자고 금고를 부술 수도 없다. 부모들은 늘 금고주위를 서성이며 슬픔의 눈물을 뿌리지만 그 소금기는 오히려 금고의 열쇠구멍을 녹슬게 하고 문틈을 들어붙게할 뿐이어서 오늘도 부모들은 이리저리 열쇠장이 인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죄책감과 피곤과 한숨의 나날을 보낸다.

때로 이 금고는 매우 섬세하고 약한 열쇠구멍을 갖고 있어서 맞지 않는 열쇠를 끼워 무리하게 돌리다간 구멍이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는데, 이런 아동들의 경우 그 증세가 나타나서 병이 고정되는 시기가 보통 취학연령 전에 다 끝나버리므로 이 중요한 시기에 부모는 시한부적인 안간힘을다 바치지만, 기실 이런 아동들을 제대로 치료하고 교육하는 기관은 몇 되지 않는다. 그나마 대체로 비싼 사설기관이 대부분이어서 부모들은 심신의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을 같이 겪고 있다. 그래도 대구지역이 지방에서는 꽤 좋은 환경에 있다고들 하는데도 말이다.

자폐가 그러나 사실 어디 이런 아동들에게만 국한될까. 자폐 아동들의 섬 주위로 언어나 감정의배가 닿을 선착장을 잘 발견할 수 없듯 대화가 단절된 자폐적 인간관계에 있는 사람들 역시 정박할 해안가가 없는 섬과 같다. 그 섬의 예리한 해변 바위에 얼마나 많은 삶과 꿈이 부서져 겉돌고표류하는지.

얼마전 대통령이 루스벨트 국제장애인상을 받았다는데 글쎄, 과연 우리나라가 장애인에 대해 얼마만큼 투자하는지, 우리 사회의 자폐적인 요소에 대해 어느 정도 노력하는지 한번 두고볼 일이다.〈세강병원 신경외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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