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對北경수로 어떻게 되나

마닐라 한미정상회담의 합의발표에도 불구하고 경수로사업에 대한 양국의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어 경수로사업재개문제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양국정상은 지난 24일 가진 마닐라정상회담에서 잠수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문제와 별도로 미북제네바합의를 계속 이행해 나갈 것임을 합의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김영삼대통령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수로문제를 거론, "사과와 재발방지에 관해 확실한 보장이 없는데 북한에 누구를 보내서 공사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안전보장'이 선행돼야만 경수로사업이 진척될 것이라는 현실론을 피력했다.

반면에 윈스턴 로드 미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26일 "앞으로 수주내에 미·북기본협정에 따른 대북 경수로 공급사업 등에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경수로 사업에 대한 '완전합의'라는 양측의 발표에는 미묘한 인식차가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당국자들은 "로드차관보의 발언은 나름대로의 긍정적 전망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면서 "아직구체적인 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는 입장.

이들은 "미국이 경수로공급협정 의정서에 대한 서명식을 빨리 갖자고 요구하고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는 이에 대해 명확히 동의해준 바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뉴욕채널을 통한 미북간 접촉이 계속 이뤄졌고 한국계 미국인 에반 헌지커씨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빌 리처드슨 미하원의원이 당초 예상보다 북한체류일정을 연장했던점등을 지적하면서, 미국과 북한간에 의견조율이 거의 마무리돼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즉 미국측이 이미 북한과 경수로사업재개 일정에 대해 합의해 놓았으나 한국측이 완강히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하자 언론을 통해 '경수로사업 조기재개'를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우리측에 압박을가해오는 것이라는 주장이며 결국 미국의 의도대로 경수로문제가 풀려갈 것이라는 관측인 것이다.

특히 이들은 로드차관보가 "지금 당장 북한에 기술자가 파견되지는 않더라도 KEDO가 움직이고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다"고 밝힌 점에 주목,조만간 부지인수 및 서비스 의정서에 대한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과는 달리 정부의 한 당국자는 "아직 북한측으로부터 아무런 긍정적인 신호가 없어 부지인수 및 서비스 의정서에 대한 서명을 추진할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일단향후 북한측의 대응태도를 지켜보면서 후속조치를 취해나갈 방침"이라고 못박았다.그는 또 동절기라는 계절적 요인등을 감안할때 경수로사업의 연내착공과 부지조사단 파북은 현단계에서 물리적으로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제반상황에 비추어 현재로서는 우리정부의 입장이 워낙 완강하기 때문에 북한이 경색국면을 풀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않는한 경수로사업재개는 그렇게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북한의 남한배제전략으로 남북간의 대화와 접촉이 일체 중단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중재노력이 과연 조기에 구체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견해도 적지않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