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北韓의 사과' 왜 빠졌는지

김영삼대통령은 동남아순방후 귀국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4자회담은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약속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4자회담장에 나와 잠수함사건의사과를 하겠다면 기회를 주겠다"며 그동안 견지해온 강경일변도방침에 약간의 유연성을 가미하는발언을 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데는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한 것으로 대북강경책의 후퇴로 보는일부의 시각에 쐐기를 박자는 뜻이 강하게 포함되어 있다. 사실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가 열리는 하루 전날인 24일 있었던 한미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의 주관심사인 '제네바핵합의 준수'에 밀려 한국의 대명제인 '잠수함사건의 사과'는 뒤로 밀렸거나 실종된거나 다름없었다.김대통령이 그동안 성명이나 외신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누누히 강조해온 "북한의 사과없이는 대북관계 진전이나 지원은 있을수 없다"던 강경책이 하루아침에 공중에 떠버리자 대부분의 국민들은 허탈감을 감출수 없었다. 그러나 정부관계자들은 "정부의 기존입장은 후퇴도 양보도 아니며미국에 끌려간 것이 아니다"는 옹색한 변명을 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북한사과실종'이라는 결과에 대한 파장은 국민감정은 물론 국내정치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야권의 정치인들은 통일외무위에서 "한미공조는 간데없고 대북정책을놓고 갈팡질팡하는 정부는 국민에게 거짓말만 일삼고 있다"고 말하고 "김대통령은 국내에서는 호랑이라도 때려잡을듯 하다가 클린턴앞에 가면 왜 작아지는가"고 비난하기도 했다.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측 입장을 이해하고 북한의 사과를 모든것의 전제조건에서 풀어 4자회담에서 할 수 있도록 약간 양보한 것이 심각한 나락으로 빠져들기 시작하자 정부로서는 입장을 재정리하지 않을 수 없었는듯 하다. 그래서 나온것이 미국도 동의한 '남북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총론에 살을 붙이고 한미양국은 잠수함사건의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수락할 수 있는 조치'를취하도록 공동으로 촉구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 수락할 수 있는 조치라는 표현은 우리 국민이 수락할 수 있는 수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의미한다고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김대통령의 이날 회견을 요약한다면 잠수함사건은 북한의 사과없이는 마무리될 수 없고 사과는전제조건이 아닌 4자회담에서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북대화없이는 경수로및 식량지원문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통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클린턴과 만난 한미정상회담에서 왜 '북한의 사과'란 대목이 빠졌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김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의응어리진 감정을 풀려고 한다면 정상회담의 자초지종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