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국이 날씨같다. 큰 길도 얼어붙었고 골목길 역시 막혀있다. 열릴것 같던 여야영수회담도무산 또는 무기한 연기됐고 국회도 추곡수매가와 제도개선법안 등에서 한치의 양보없는 대치를보이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일말의 화해 내지는 협력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던 신한국당과 자민련 사이의 관계는 15대국회 출범이후 최악이다.
어차피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고 하더라도 신한국당은 자민련에 대해서는 그동안 화해의 손짓을 보내온게 사실이다. 김종필자민련총재와 이수성국무총리 사이의 골프회동이 있을 때만 해도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김대중국민회의총재만 낙동강 오리알이 될 것이라는섣부른 전망이 난무했으나 그 이후 전개된 정국은 정반대로 흘렀다.
김영삼대통령의 '임기내 개헌 절대불가'발언에 따라 김종필총재의'YS임기내 개헌가능성 희박'발언이 나왔고 김총재는 여권보다는 국민회의 쪽에 더 경사되는 경향을 보였다·이달초 김대중총재와 김용환자민련사무총장간의 목동회동이 그러했고 김종필총재의 호남방문과 연말 양당 합동송년회준비소식도 그 일환이다.
또 야권 후보단일화와 내각제개헌에 대한 국민회의 자민련 양당 간의 최근 대화내용도 신한국당측의 심사를 뒤틀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김종필총재의 전주발언이다. 김총재는여기서 야권후보단일화를 목표로 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일각의 여권과의 연대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는 발언이었다.
이런 배경을 갖고 신한국당은 자민련에 대해 이솝우화처럼 햇볕정책에서 바람정책으로 급선회했다. 햇볕으로 옷을 벗기려는 자세에서 바람으로 맹공세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야권공조 틈새를비집고 들어가는 틈새전술의 포기이기도 하고 대선전에서 자민련과의 막판 연대가능성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또한 김대중총재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김종필카드'가 더이상 유효할 수 없다는 선언이기도하다.
김철신한국당대변인은 29일 드디어 "우리는 이로써 김총재가 정계에서 차지했던 얼마간의 독자적이고도 안정적인 위상을 스스로 포기하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이질세력의 추종자 내지는 하위동반자가 되었다고 본다"고 단언하기에 이르렀다.
대선전에서 연대가능성은 뒷전이라고 쳐도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정기국회 전략상으로도 자민련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이 가능성마저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을 보면 신한국당이 야권에 대한 입장정리를 분명하게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신한국은 김대중 김종필 두김총재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세를 전개할 전망이다.
한편 자민련은 자민련대로 신한국당과의 모종의 가능성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최근 실형을 구형한 당소속 김현욱 변웅전의원에 대한 선거법 재판과정이 이를 입증하는 것으로보고 있다. 안택수대변인의 신한국당 측을 향한 "지엽말초적이고도 비열한 생트집" ,"JP를 강제탈당시킨 원초적 책임이 있는 신한국당이 우리당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반박은 자민련이최근 신한국당을 바라보는 분위기의 단편일뿐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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